작품 소개/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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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보신 작품 중에서 좋은 작품을 소개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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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수 39
장르 | SF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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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감독 | 존 스칼지 |
나라 | 한국 |
번역자 | 이수현 |
[노인의 전쟁]
존 스칼지 지음 / 이수현 옮김 / 샘터 (2009년 1월).
2006년 휴고상 장편부문 후보, 존 캠벨 신인상 수상
[노인의 전쟁]과 [유령 여단]은 미국의 SF 작가 존 스칼지가 쓴 SF 연작입니다([마지막 행성 Last Colony]까지 3부작). [노인의 전쟁]이라니 이름부터 뭔가 흥미롭지 않나요? 첫머리는 이렇게 시작됩니다.
75세 생일에 나는 두 가지 일을 했다. 아내의 무덤에 들렀고, 군대에 입대했다.
그 다지 멀지 않은 미래, 우주에서는 살만한 개척 행성을 두고 인류와 수많은 외계 종족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놀랍게도 우주개척연맹의 방위군은 75세에 입대하는 노인들로 이뤄져 있습니다! 수명이 한창 연장된 미래냐고요? 아닙니다. 우주개척연맹을 제외한 지구의 기술력은 정체 상태고, 선진국의 노인들은 인생의 쓴맛단맛을 다 겪고 '젊음'의 유혹을 쫓아 군대에 자원합니다. 우주개척방위군은 노인들을, 정말 강하고 민첩하고 잘생긴 최상의 병사로 거듭나게 하는 기술을 갖고 있거든요.
우주 전쟁이라니 예전 20세기 초중반에 잔뜩 울궈먹은 유치한 소재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노인의 전쟁]은 그야말로 21세기 SF로 손색이 없습니다. 로버트 하인라인이 [스타쉽 트루퍼스]에서 소개한 동력장갑복([스타크래프트]의 마린을 연상하면 됩니다)은 이제 구시대죠. 우주개척연맹의 병사들은 최첨단 유전공학, 나노기술, 인공지능 생체 컴퓨터로 무장되어 있습니다. 생생하고 흥미로운 과학기술 묘사가 일품입니다.
인물들의 내면이나 인간적인 면모를 잘 다루고 있다는 점도 훌륭합니다. 원래 노인들이었으니만큼 전쟁을 대하는 태도도 남다릅니다. 유머감각도 넘치고요! 그야말로 정신없이 재미에 빠져서 페이지를 넘기다보면, 후반부에는 충격적인 등장인물이 나타나면서 드라마를 더해갑니다. SF와 멜로 라는 다소 생소한 조합인데, 무척 매끄럽고 인상적입니다. (책 뒷표지는 스포일러가 있으므로 안보고 읽는게 좋아요- ^^);
다른 말보다 정말정말 재미 있습니다. 최근 나온 SF 중에 이렇게 술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 있을까요. SF라면 어렵고 딱딱하다고 여기는 분들도 부담없이 읽기 좋을 뿐만 아니라, 쭉 SF를 애호했던 팬들도 [스타쉽 트루퍼스]나 [영원한 전쟁]을 떠올리며 즐겨볼 멋진 우주 전쟁 SF 소설로 강추합니다! :D
[유령 여단]
존 스칼지 지음 / 이수현 옮김 / 샘터 (2010년 7월).
존 스칼지 지음 / 이수현 옮김 / 샘터 (2010년 7월).
[유령 여단]은 [노인의 전쟁]의 후속작입니다. 보통 전편만한 속편이 없다지만, [유령 여단]은 전작보다 한층 더 스릴과 긴박감이 넘칩니다. 세 외계종족과 한 인간 배신자가 손을 맞잡고 우주개척방위군을 무너뜨릴 음모가 펼쳐지고, 주인공 재러드 디랙은 배신자의 의식을 되살리기 위해 만들어진 복제인간입니다. 그리고 점점 배신자 샤를 부탱의 의식 패턴을 닮아가는데... 디랙은 자신을 잃고 부탱이 되어버릴 위기에서 자신만의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인지?!
전작의 주인공 존 페리는 등장하지 않지만, 오히려 새로운 각도에서 우주개척방위군을 조망하면서 세계관을 더 풍성하게 드러내줍니다. 우주개척방위군 최고의 특수부대 유령여단이 어떤 존재들이고, 왜 그렇게 강력할 수 있는지? 뇌도우미를 이용한 특수부대원들 간의 의사소통과 통합을 보며, 20세기 중반에 유행했던 초능력자 SF가 연상되더군요. 이질적인 존재로서 일반 병사들과의 갈등이나 미묘한 입장 차 같은 것도 흥미롭고요. 복제인간과 인간의 의식, 영혼 등 흥미로운 철학적 주제도 다뤄집니다. (전작에서 제인 세이건을 통해 암시된 주제기도 하죠 :)
[너희가 다른 인간과 다른 점이 뭐냐? 답을 아는 놈은 손을 들어라.]
[다른 인간보다 똑똑하고, 강하고, 빠릅니다]
[그럴싸한 추측이다만, 틀렸다. 우리는 다른 인간보다 강하고, 빠르고, 똑똑하게 만들어졌다. 그러나 우리가 그렇게 태어난 것도 우리가 달라서 따라오는 결과일 뿐이다. 우리가 다른 점은, 모든 인간 중에 우리만이 목적을 갖고 태어났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 목적은 간단하다. 이 우주에서 인류를 존속시키는 것.] (117쪽)
" 우리 특수부대원들이 노예라고 했지요. 그 말도 맞아요. 반박할 수가 없어요. 하지만 우리는 목적을 가지고 태어난 유일한 인간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인류를 지킨다는 목적. 태어난 목적은 내가 선택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그게 내 삶의 목적이라고 내가 결정합니다. 난 이 길로 가겠습니다."
(중략)
"자네가 부탱처럼 될지도 모르는데."
"원래는 부탱이 되어야 했던 몸이잖습니까. 부탱처럼 된다면 아직 여지가 있죠."
"그러니까 이게 당신의 선택이란 말이지."
"그래요." (260쪽)
SF는 과학기술이 인간과 사회에 충격을 가져오고 그것이 해결되는 과정을 통해, 인간과 세계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장르라고 생각해요. 그런 점에서 전작 [노인의 전쟁]은 현란한 과학기술을 펼쳐보였지만, 거기서 파급되는 생각은 감성적인 선에 그쳤던 것도 같습니다. [유령 여단]은 이러한 SF다운 주제의식을 플롯의 핵심에서 보다 끈질기게 파고든 점을 높이 사고 싶습니다. 그러면서 내용도 전혀 난해하지 않아, 무척 재미있게 잘 읽히고요.
전작도 그렇지만 인물들도 흥미롭고 깊이 있다는 점도 좋았습니다. 특히 카이넨 관리관과 제인 세이건, 두 인물과 그 관계 변화가 몹시 인상적이었어요.
"당신은 날 기억했기 때문이오."
카이넨은 말했다.
" 다른 모두에게 나는 그저 수많은 적들 중에 또 하나일 뿐, 지루함에 미치지 않게 책 한 권 넣어줄 가치도 없는 포로요. 언젠가는 내 해독제를 깜박하고 내가 죽게 놔두겠지. 내가 죽든 말든 달라질 게 없을테니. 최소한 당신은 날 가치있는 존재로 봐. 내가 지금 사는 작디작은 우주에서는 그것만으로도 당신은 내 최고이자 유일한 친구라오. 당신이 아무리 적이라 해도."
세이건은 카이넨을 응시하며 처음 마주쳤을 때 보았던 그의 오만함을 떠올렸다. 지금 카이넨은 불쌍하고 비겁했다. 그리고 아주 잠깐이기는 했으나 세이건 눈에는 이제까지 살면서 본 가장 슬픈 생물로 보였다. (170쪽)
역시나 달리 할 말이 없습니다. 보세요. 꼭 보세요. [노인의 전쟁]을 보셨다면, [유령 여단] 안 보고는 못 배길 걸요. 정말 이 두 작품은 근래에 나온 SF 중 최고로 추천합니다. 3부작의 끝편 [마지막 행성 Last Colony]가 얼른 나오면 좋겠네요. 이렇게 훌륭한 SF를 번역,출간한 샘터 사에게 박수를...! 흥하세요!! +_+)b
@ [노인의 전쟁]은 SF 도서관에서 선물로, [유령 여단]은 웹진 환타스틱에서 서평 이벤트로 받아서 보게 되었습니다. 좋은 책 읽을 기회 주신 SF 도서관과 웹진 환타스틱에도 감사 인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