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008년 할리우드에서 영화로 개작된 <스피드 레이서(달려라 번개호)>의 원작자이자, 1970년대 일본 애니메이션 분야에 절대적인 영향을 주었던 요시다 타츠오의 기일입니다. 열정적인 생활 속에, 그의 작품처럼 "불꽃같은 삶"을 살다 45세의 젊은 나이로 간암으로 안타깝게 요절한 그의 생애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그에 대해 모르는 분도 많겠지만, 우리에게 즐거움을 주는 수많은 작품을 낳은 이라는 점을 생각하며 잠시나마 그를 생각해 주시길...


  19세기 말 뤼미에르 형제가 시네마토그라프라는 장치를 만들면서 사람들은 주변의 풍경을 그대로 재현하기에 이르렀다. 그들 자신은 '장난감'으로 밖엔 생각하지 않았던 '시네마토그라프'는 조르주 멜리에스라는 취미가의 손에 의해 새로운 모습으로 변모되면서 '영화(시네마)'라는 이름으로 퍼져 나갔다.
  단순히 있는 것을 촬영하는 것에 그치는 '시네마토그라프'와 달리 마술사이기도 했던 멜리에스가 창조한 '영화'는 특수 효과(Special Effect)라는 -영화만이 가능한- 독특한 기법으로 무장하고 사람들의 눈을 현혹했다. 멜리에스가 창조한 '영화'는 사실을 기록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상상'과 '공상'을 재현하는 환상과 꿈의 세계였던 것이다.
  하지만, 그런 꿈의 세계를 보다 대규모로, 그리고 사업으로서 완성한 것은 뤼미에르도, 그리고 -무단 복제로 돈을 벌지 못하고 파산하고만- 멜리에스도 아니었다.
  바로 바다 건너 캘리포니아의 한 곳, 로스앤젤레스라는 땅의 변두리에 있는 '할리우드'라는 동네였던 것이다. 현재는 미국 영화와 텔레비전 업계의 대명사로 불리는 이곳은, 천재 발명가(이자 무단 복제, 도작자로서도 악명 높은) 에디슨의 회사를 통해 들어온 멜리에스의 독특한 영화들을 받아들이며 폭발적으로 성장했고, 더욱더 방대한 환상을 만들어나갔다.
  멜리에스에 의해 창조된 '특수 효과'는 할리우드의 대명사가 되어 수많은 오락 영화를 낳게 되었고, 조지 루카스라는 천재에 의해 컴퓨터, 그리고 디지털 기법이 더해지면서 폭발적인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21세기…. 그들만의 힘으로 새로운 특수 효과를 창조하는 것에 부담을 느낀 할리우드는 -이제껏 그들이 그래 왔듯- 세계 각지의 문화와 분위기를 받아들이며 성장하고 있다. 이를테면 '재패니메이션'이라 불리는 일본 애니메이션들을 받아들이면서….
  -아무리 보아도 '만화 영화'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 작품, <스피드 레이서>는 바로 그런 바탕에서 탄생했다. 스스로 재패니메이션 광이라고 자부하는 -매트릭스 시리즈로 유명한- 워쇼스키 형제…. 그리고 무엇보다도 40대의 나이에 아깝게 숨을 거둔, 일본의 카리스마 애니메이션 제작자에 의해….

스피드 레이서의 아버지, 요시다 타츠오(吉田 竜夫)

(* 미국명 <스피드 레이서>의 원제는 <マッハGoGoGo(마하 고고고)>이고, 국내에서는 -특히 30대 이상 팬들에게는- <달려라 번개호>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하지만, 이 글에서는 가장 최근에 소개된 영화를 중심으로 <스피드 레이서>라고 통일한다.)
(* 그가 사망할 때까지 타츠노코 프로덕션에서 선보인 작품은 모두 그가 제작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이 글에서는 타츠오와 타츠노코를 함께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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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32년 3월 6일에 태어나 1977년 9월 5일에 45세의 나이로 간암으로 타계하기까지, 요시다 타츠오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초창기에 태어나 현재 일본 애니메이션의 기반을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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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츠노코 빌딩. 타츠노코의 상징인 해마 로고가 눈에 띈다. ]

  그가 창조한 타츠노코 프로덕션(이하 타츠노코, 竜の子プロダクション - 풀이하자면 용의 자식이란 뜻으로 해마란 뜻이지만, '용의 남편(竜夫)'이란 뜻인 타츠오의 자식이란 말도 된다.)은 비록 현 시점에서는 타카라 토미의 자회사로 흡수되어 그 영향력이 많이 퇴색되었지만, 1970년대를 대표하는 수많은 명작을 탄생시키고 현재 활약 중인 애니메이션 업계의 많은 회사와 인재들의 산실이 되었다.

  특히 타츠노코가 1970년대에 만든 <마하 고고고(스피드 레이서)>, <과학 닌자대 갓차만(科学忍者隊ガッチャマン, 독수리 오형제)>, <신조인간 캐산(新造人間キャシャーン, 인조인간 캐산>, <타임 보칸(タイムボカン)> 시리즈 등은 시대를 넘어 미국을 비롯한 세계 전역에서 지금까지 인기를 누린다.
  미국 내에서의 재패니메이션 붐이라는 것이 사실상 타츠노코, 그중에서도 요시다 타츠오의 작품 덕분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일본 애니메이션의 실사화에 열중하고 있는 할리우드에서 그의 대표작인-그리고 무엇보다도 미국에서 가장 많은 인기를 얻은- <스피드 레이서>를 실사로 만든 것은 당연하다.

타츠오 브랜드, 그 독특한 분위기의 작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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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시다 타츠오가 선보인 여러 캐릭터는 지금도 사랑받고 있다. (c) Tatsunoko Production ]

  다양한 작품으로 재패니메이션의 가능성을 선보인 타츠노코. 그것은 그 이름 그대로 1962년 '타츠오'를 비롯한 요시다 일가-보다 정확히 말하면 요시다 다츠오-에 의해 탄생했다.

  세 형제 중 장남으로 태어난 요시다 타츠오는 전쟁 후 오래지 않아 양친을 잃고 두 동생과 함께 성장했다.

  독학으로 그림을 배운 그는 고향인 교토의 신문사에서 삽화가로 일하면서 실력을 키워나갔지만, 후일 만화가, 그리고 애니메이션 제작자로 활동하게 된 것과는 달리 당초 그는 만화가가 될 생각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삽화가로서 좀 더 많은 활동을 하고 싶었던 그는 54년 초 도쿄로 올라가 '소년화보사'를 방문, 그 후 오랜 기간 함께 활동하게 되는 카지와라 잇키(梶原一騎)를 만난다. (카지와라 잇키는 훗날 <거인의 별>, <타이거 마스크>, <내일의 죠> 등의 원작으로 명성을 떨치지만, 이 당시는 생활비를 벌려고 만화 잡지에 소설을 쓰는 신인 작가였다.)
  본래 삽화가의 길을 걷고 싶었지만, 만화 잡지에서 일을 맡게 된 타츠오. 소설가 지망생으로 공모전에 당선되어 찾아오긴 했지만, 만화 시대의 소년지에서 들러리 취급받는 소설로 활동을 시작한 카지와라. 두 사람의 만남은 어떤 점에서 필연적이고 한편으로 필요한 일이었다.
  처음에는 카지와라의 소설에 타츠오의 삽화가 추가되어 선보였다. 당시엔 작가 이름을 한쪽만 실었기에 타츠오의 이름은 아예 실리지도 못했지만, 만화 쪽이 눈길을 끄는 현실 속에 필연적으로 카지와라의 원작을 타츠오가 만화로 완성하는 형태로 바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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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초기작. 챔피온 후토시. 복간되어 소개되었다. (c) Tatsuo Yoshida / Kajiwara Itki ]

  그렇게 선보인 것이 바로 <철완 리키야(鉄腕力也)>와  <챔피언 후토시(チャンピオン太)>같은 격투 만화이다.
  신문에서 삽화가로 활동한 만큼 타츠오의 그림은 데츠카 오사무나 요코야마 미츠테루를 주축으로 한 일본 만화 스타일이 아니라 미국풍, 극화 체에 가까웠고, 그것이 카지와라의 '남성미 넘치는' 원작에 어울리는 분위기를 낳아 작품의 완성도를 높여주었다.

  도쿄로 이사하여 아사쿠사에서 살던 타츠오, 그리고 아사쿠사에서 스트리퍼와 반 동거 생활을 계속하던 카지와라. 집도 가까웠던 두 사람의 생활이 어땠는지는 모르겠지만, 여러 작품에 걸쳐 계속된 두 사람의 공동생활은 단순한 그림쟁이에 불과했던 요시다 타츠오에게 '만화'라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만화가'에 어울리는 역량을 키우는 계기가 되었다. 오랜 만화가 생활을 통해 그의 그림은 극화에서 만화로 변화되었고 더욱 역동적이며 활기찬 느낌을 갖게 되었다.
  그렇게 만화 생활을 시작하고 7년. 오리지날 작품도 여럿 선보이며 만화가로 확실하게 정착한 그의 곁에는 수년 전 그의 뒤를 쫓아 상경한 두 동생이 있었다. 그리고 요시다 타츠오는 1962년 그들과 함께 만화 프로덕션, '타츠노코'를 설립한다.

  처음에는 그들 형제가 완성한 만화의 판권이나 어시스턴트의 관리를 위한 만화 전문 프로덕션으로 출발한 타츠코노 프로덕션은 1964년 토에이로부터 TV 애니메이션 제작 의뢰를 받으며 변신할 기회를 얻었다. 이 계획은 저작권 문제로 무산, 모든 것은 수포로 돌아가는 듯했지만, 토에이에서 애니메이터 육성 교육을 받은 타츠오의 어시스턴트와 친구가 타츠노코에 들어오면서 본격적인 애니메이션 제작이 시작된다.

  1965년 그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흑백 애니메이션 <우주 에이스>로 시작된 타츠노코의 활동은 그로부터 2년 후 첫 번째 컬러 작품인 <스피드 레이서>를 선보이며 궤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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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얏타맨의 세 바보 악역. 포켓몬의 로켓단을 비롯 수많은 악역에 영향을 주었다. (c) Tatsunoko Production ]

  독특한 스타일의 자동차 경주물 <스피드 레이서>는 일본 내에서만이 아니라 외국에서도 인기를 끌었는데 그런 점에서 <스피드 레이서>가 그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지금도 ‘애니메이션 송’으로 인기를 끄는 <독수리 오형제>나 <신조인간 캐산> 같은 SF 액션물을 중심으로 <타임 보칸>이나 <얏타맨> 같은 SF 개그, 그리고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 주었던 <해치의 대모험(昆虫物語 みなしごハッチ 곤충이야기 고아 해치)>이나 <이상한 나라의 폴(ポールのミラクル大作戦, 폴의 미라클 대작전)> 같은 환상적인 동화 풍 작품에 이르기까지 요시다 타츠오가 이끄는 타츠노코의 활약은 계속되며, 이들이 선보인 수많은 작품은 일본 애니메이션의 또 다른 표준으로 정착되었다.

  촛불이 밝을수록 빨리 타오르듯 타츠노코 영광의 역사는 그다지 오래가지 않았다. 1977년. <얏타맨>이 20% 이상의 인기를 누리며 성공하고 있을 무렵, 사장인 요시다 타츠오가 쓰러진 것이다.
  병원에 입원한 그에게는 간암이라는 판정이 내려졌고 이렇다 할 조치도 취하지 못한 채 상태가 악화하여 9월 5일 사망했다. 그가 남긴 여러 유작은 타츠노코 영광의 역사에 길이 남게 되지만, 타츠오라는 카리스마를 잃은 타츠노코는 마치 성주를 잃은 성처럼 무너져 갔다.
  그가 죽고 오래지 않아 풍부한 인재로 가득한 타츠노코는 산산이 흩어지고 말았다. 초기의 기획자였던 사사가와 히로시(笹川ひろし - 우주 에이스, 스피드 레이서 등의 감독)를 시작으로 많은 인재가 떠나고, 심지어 타츠오의 사위이기도 한 이시카와 미츠히사(石川光久. '공각기동대‘로 잘 알려진 Production I.G.의 대표)마저도 독립했다.

  하지만, 타츠노코 출신자들이 설립한 회사가 거의 20개에 이르며 그만큼 다채로운 작품이 등장하게 되었으니, 결과적으로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에서는 여러모로 좋은 결과를 낳았다고 할 수 있을까? (어쩌면 타츠오의 죽음은 타츠노코라는 아들이, 타츠노코라는 둥지에서 자라난 희망이 부모를 떠나 독립하는 필연적인 과정이었을지도 모른다.)
  만일 그가 조금이라도 오래 살았다면 일본의 애니메이션 업계는 지금과는 또 다른 모습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가 죽고 30여 년. 그가 남긴 유산은 재페니메이션 업계에 깊이 각인되어 기억되고 있으며, 바다 건너 할리우드에서도 영향력을 떨치고 있다. ‘스피드 레이서’를 비롯한 여러 작품을 통해….



스피드 레이서, 그 새로운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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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피드 레이서. 그 인기는 절대 사라지지 않고 있다. (c) Tatsunoko Production ]

  <스피드 레이서>의 인기는 지금도 수그러들지 않고 계속된다. 1967년에 후지 텔레비전에서 방송하고 미국에서도 꽤 오래전에 선보인 작품이지만, 제작되고 40년이 지난 지금에도 다양한 관련 자료가 소개되고 상품이 만들어진다.
  이렇게 수그러들지 않는 인기 덕분에 타츠노코에서는 30주년을 기념하여 1997년 리메이크 작품을 내놓기도 했는데, 차량의 디자인이나 인물 이름 등을 제외한 거의 모든 설정을 새롭게 하여 창조한 이 작품은 초기의 관심에도 계속된 노선 변경-특히 중반 이후 레이싱이 아니라 타임보칸 같은 다른 세계 모험물이 되어 버렸다.- 끝에 조용히 사라져 버렸다.

  더욱이 미국에서도 1993년 방송되었지만, 너무도 평이 안 좋았던 나머지 몇 번 방송하지 못하고 원작의 재방송으로 바뀌고 말았을 정도이며 현재 이 작품과 관련된 정보는 거의 구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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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롭게 선보인 스피드 레이서 후속작. 하지만, 원작의 완성도를 입증한 작품에 지나지 않았다. (c) Tatsunoko Production ]

  미국의 '공식 사이트'(영화의 공식 사이트가 아니다)에서는 지금도 장난감을 시작으로 티셔츠, 넥타이, 열쇠고리 등의 다양한 상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으며, 지금도 DVD가 인기리에 팔리는가 하면, 원작의 아들을 주인공으로 한 <스피드 레이서 넥스트제네레이션>이라는 작품이 미국에서 제작되어 소개되기도 했다. (그들의 인기를 반영하듯 스포츠 채널인 ESPN에서 인터뷰 형식의 광고로 캐릭터를 소개하고, 폭스바겐 같은 여러 회사의 광고 모델로 등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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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피드 레이서 속 인기 짱. 레이서 X. 대체 그 정체는…? 물론 아는 사람은 다 안다.(^^) (c) Warner Bros. / Tatsunoko Production ]

  이렇듯 시대를 거듭하며 인기가 계속되는 것은 무엇보다도 생기 넘치는 캐릭터, 그리고 마하 5(마하 고)를 비롯한 다채로운 자동차들의 활약상 덕분이라 할 수 있다. '007 골드 핑거' 등의 본드카에 영향을 받았지만, 타츠오씨 개인의 상상력이 더해져 완성된 이들 자동차는 그야말로 상상의 한계를 넘어서는 독특한 기술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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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에서 100대 한정 발매된 스포츠카. 코르벳을 개조한 차량으로 물론 마하 5처럼 점프할 수는 없다. ]

  1960년대 당시 '파워 윈도우'(^^)를 생각해낸 상상력도 기발하지만, 자동차가 점프하고 톱날로 나무를 자르고 전진하는데다, 점프를 위해 작은 날개가 튀어나오고 잠수까지 가능한 상황에 이르면 가히 본드카. 아니, <컴퓨터 형사 가제트> 이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이 작품의 원작자이자 제작자이기도 한 타츠오씨나 애니 총감독인 사사가와 히로시씨를 포함한 주요 제작진들이 자동차나 레이스에 대한 지식은 고사하고 운전면허조차 갖고 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것은 많은 제작자가 작품을 만들 때 소재에 대해 철저하게 연구하고 조사하는 것과는 다른, 상당히 이례적인 사례이지만, 그런 '지식'이 없었기 때문에 이 작품은 도리어 좋은 의미로 황당무계하면서도 재미있는 이야기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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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이버 포뮬러의 아스라다GSX. 그 다채로운 기능은 마하 5를 연상케한다. (c) SunRise / Bandai ]

  이를테면, 어떤 점에서 <스피드 레이서>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할 수 있는(특히, 초반에는 사실상 '스피드 레이서'의 리메이크 같은 느낌으로 무한한 기능을 선보이는) "사이버 포뮬러" 시리즈와는 달리 <스피드 레이서>는 아이에서 어른까지,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이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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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모습으로 선보인 스피드 레이서. 그 화려한 영상엔 타츠노코 특유의 독창성이 숨겨져 있다. (c) Warner Bros. / Tatsunoko Production ]

  워쇼스키 형제의 <스피드 레이서>가 '자동차가 하늘을 나르고 격투기를 한다.'면서 욕을 먹고 흥행 성적도 좋지 않았지만, 그런 황당무계한 발상, 상식에 구애되지 않는 생각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에서 ‘창작’이며, ‘새로운 문화’를 만드는 이들에게 필요한 발상이 아닐까?
  물론, 작품에 따라서는 사실적인 연출과 설정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적어도 타츠노코의 <스피스 레이서>만을 본다면, 선입견 없는 발상이야말로 모두에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좋은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 원천이 되는 건 아닐까 생각해 본다.


* 미국판 스피드 레이서가 실패한 원인은 무엇일까?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타츠노코 특유의 장점인 캐릭터성을 살리지 못한데 이유가 있다고 본다.
  요시다 타츠오를 시작으로 하는 타츠노코 작품의 특징은 무엇보다도 캐릭터가 살아있다는 것이다. 타츠노코 작품은 작품 자체의 내용은 기억나지 않더라도 활동한 캐릭터만큼은 결코 잊어버리지 않는데, 실례로 지금도 타츠노코 작품의 캐릭터 상품은 세계 각지에서 인기리에 판매되는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타츠노코에서는 요시다 타치오의 스타일을 따라 '캐릭터'를 먼저 기획하면서 시작한다. 여기서 캐릭터란 사람만이 아니라 로봇이나 자동차를 포함한 모든 존재를 가리키는 것으로 <스피드 레이서>라면 주인공이 조종하는 마하 5 역시 캐릭터가 될 것이다.

  타츠노코 판 스피드 레이서는 주인공과 차량, 그리고 라이벌 캐릭터 등이 매우 강렬하게 다가온다. 그들이 활약한다는 사실만으로 그림이 되며 이야기로 흥미를 끈다. 하지만, 할리우드판 <스피드 레이서>에서는 캐릭터가 기억에 남지 않는다. 화면은 굉장히 화려했지만 어딘지 모호한 분위기. 그런 작품의 매력은 오래 가지 못하는 법이다.
  할리우드에서 만든 것 이외에도 타츠노코 작품이 실사화된 사례가 많지만, 대개 성공하지 못한 것도 타츠노코의 장점을 잘 살리지 못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타츠노코 작품의 그림은 실사에 가까운 극화체이지만, 그들의 개성은 애니메이션이나 만화로 잘 표출된다는 것을 생각치 않은 결과일 것이다.

  한편, 타츠노코 스타일의 '캐릭터 중시 경향'은 이후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에 잘 전해졌지만, 근래에는 비슷비슷한 캐릭터로 가득한 작품들이 애니메이션을 식상하게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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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츠노코의 여러 캐릭터들. 캐릭터만으로 모든 작품을 구분할 수 있다. (c) Tatsunoko Production ]
 

요시다 타츠오 작품 목록

  1955년 처음 데뷔하고 1962년에 타츠노코를 만들고 15년. 46세(만 45세)라는 이른 나이로 사망했기에 그가 남긴 작품의 수는 -실제 애니메이션 업계에 미친 영향에 비해- 그다지 많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그가 남긴 작품은 지금도 꾸준히 눈길을 끌며 리메이크 등이 계속된다.
(* 1977년에 그가 사망하기 전까지 타츠노코에서 만든 작품은 모두 그가 ‘제작자’로 되어 있기 때문에, 실제 그가 제작에 참여한 작품의 숫자는 여기에서 소개한 것보다 훨씬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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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산, 갓차맨에 영향을 준 작품. 쿠레나이 산시로 (c) Tatsuo Yosida / Kuri Itpei ]

1. 만화 작품
0) 정글 킹(ジャングル・キング) - 1954. 소년화보(少年画報)에서 연재. 잡지 데뷔작.
1) 철완 리키야(鉄腕力也) - 격투 만화. 원작 : 카지와라 잇키(梶原一騎)
2) 챔피온 후토시(チャンピオン太) - 격투 만화. 원작 : 카지와라 잇키(梶原一騎)
3) 해리스 무단(ハリス無段) - 격투 만화. 원작 : 카지와라 잇키(梶原一騎)
4) 오오소라 산시로(大空三四郎) - 항공 액션. 원작 : 카지와라 잇키(梶原一騎). 스피드 레이서에 영감을 준 작품.
5) 소년 프로레스왕(少年プロレス王) - 격투 만화.
6) 우주 에이스(宇宙エース) - SF.
7) 슈퍼 자이언츠(スーパージャイアンツ) - SF. 슈퍼맨의 영향을 받은 슈퍼 영웅물.
8) 소년 닌자 부대 카게미츠(少年忍者部隊月光) - 전쟁 액션.(『忍者部隊月光』のタイトルでテレビドラマ化)
9) 마하 산시로(マッハ三四郎) - 액션. 동생인 쿠리 잇페이(九里一平)의 작품. 스피드 레이서의 원형.
10) 쿠레나이 산시로(紅三四郎) - 액션. SF는 아니지만, 갓차맨이나 캐산에 영향을 준 작품.


2. 애니메이션 원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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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소룡의 분위기를 닮은 허리케인 폴리머. 역시 타츠오 스타일이 전해진다. (c) Tatsunoko Production ]

1) 우주 에이스(宇宙エース) - SF. 1965~1966. 타츠노코의 첫 작품
2) 스피드 레이서(マッハGoGoGo) - SF. 1967~1968. 리메이크(1997) 국내명 : 달려라 번개호
3) 도카칭(ドカチン) - SF 개그물. 1968~1969. 타임보칸의 원점.
4) 쿠레나이 산시로(紅三四郎) - 무술 액션물. 1969.
5) 하우숑 대마왕(ハクション大魔王) - 판타지 개그물. 1969~1970.
6) 곤충 이야기 고아 하치(昆虫物語みなしごハッチ) - 아동물. 1970~1971. 후속작(1974). 리메이크(1989~1990) 국내명 : 해치의 대포험.
7) 괴걸 타마곤(かいけつタマゴン) - 1972~1973
8) 과학닌자대 갓차맨(科学忍者隊ガッチャマン) - SF 액션물. 1972~1974. OVA(1994) 국내명 : 독수리 오형제
9) 신조인간 캐산(新造人間キャシャーン) - SF 액션물. 1973~1974. OVA(1993). 국내명 : 인조인간 캐산
10) 허리켄 폴리머(破裏拳ポリマー) - SF 액션물. 1974~1975. OVA(1996) 국내명 : 허리케인 폴리머
11) 폴의 미라클 대작전(ポールのミラクル大作戦) - 국내명 : 이상한 나라의 폴. 1976~1977.
12) 풍선 소녀 템플(風船少女テンプルちゃん) - 아동물. 1977~1978
13) 잇파츠 칸타(一発貫太くん) - 야구물. 1977~1978.
14) 얏타맨(ヤッターマン) - SF 개그물. 1977~1979.


3. 실사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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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에서 실사로 제작된 캐산. ]

1) 과학 닌자대 갓차맨 - 1978.
2) 캐산(CASSHERN) - 2003.
3) 스피드 레이서(Speed Racer) - 2008.
4) 타임보칸 얏타맨(ヤッターマン) -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