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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거리

  9.11 테러 이후 격화일로를 치달은 ‘테러와의 전쟁’은 보스니아의 수도, 사라예보가 개인이 만든 핵폭탄 때문에 소멸된 이후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선진국들은 개인정보인증을 이용, 엄격한 관리체제를 구축하여 사회에서 테러를 모조리 쓸어버리지만, 후진국에서는 내전이나 인종청소가 무서운 속도로 증가하고 있었다.
  그러한 일련의 사건 배후에 항상 언급되는 미국인 존 폴. 미정보군 · 특수검색군 i소대의 클라비스 셰퍼드 대위는 체코, 인도, 아프리카의 땅에서 그 그림자를 쫓지만…. 과연 존 폴의 목적은? 그리고 대량학살을 일으키는 ‘학살기관’이라는 것은?

- 작품 소개

  2009년 3월 20일 만 34세라는 젊은 나이로 병사한 작가 이토 케이카쿠의 데뷰작.

  일본의 신인 SF 공모상인 고마츠 사쿄상의 최종 후보에 올랐던 작품으로 -당시 수상작은 없음- SF 인기상이라 해도 좋은 '베스트 SF 2007'의 일본 부문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9.11 테로 이후 격화한 테러와의 전쟁으로 사라에보가 구덩이가 되어 버린 세계... 제 3세계에서는 수많은 분쟁 속에 학살이 반복되고, 선진제국에서는 엄격한 통제 체제로 테러의 위협에 대응한다. 9.11이라는 충격 속에서 지금보다도 더욱 참혹하게 변해버린 현실을 무대로 살인이라는 요소의 개념과 모습을 치밀하게 그려나갔다. SF 작품이고 미래의 이야기지만, 왠지 지금 이 순간 일어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현실감이 돋보이는 작품.

 

  완성도 높은 하드 SF 작품으로 밀리터리 소설로서도 충실한 내용을 보여주지만, 그런 만큼 번역이 부실한 것이 눈에 띈다. 번역자가 SF에 대한 소양이 부족한 것도 아쉽지만(가령, '고마츠 사쿄 상'을 '오마츠 사쿄 상'이라고 하고, <2001년 스페이스 오딧세이>를 일본 제목 그대로 <2001년 우주 여행>이라 번역하는 등...) 이런 것을 무시하더라도 번역 자체가 매끄럽지 않아 읽기 불편할 정도. 여기저기 수없이 쏟아져 나오는 전문 용어를 제대로 번역하지 못한건 애교일까?

  원작은 -글솜씨가 매끄럽고 뛰어나- 편하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지만, 번역판은 솔직히 거북할 정도로 난해하게 변질되었다. 안 나오는 것보다는 나을지도 모르지만...

 

- 작가 소개

 

이토 케이카쿠(伊藤計劃, 1974~2009.3.20)

  근래의 일본 SF계에서 오가와 잇스이, 노지리 호스케 등 라이트 노벨 계열의 작가들이 인기를 휩쓰는 가운데 정통파 SF 작가의 기대주로 불리던 인물. 블로그에서 SF 평론 등으로 활동을 시작하여 2007년에 <학살 기관>으로 눈길을 끌었다. 이후 중단편 외에 게임 <메탈기어 솔리드>의 4번째 작품인 <건즈 오브 패트리어트>의 소설판을 집필했다.

  2008년 SF 대회에서 이 작품의 속편인 <하모니>가 성운상 장편 부문을 수상하여 기대의 신인으로 호평받았지만, 2009년 봄 폐암으로 투병 중 사망하여 많은 이를 안타깝게 했다. (<메탈기어 솔리드> 시리즈의 제작자인 코지마 히데오도 그가 진행하는 인터넷 방송 '히데짱 라디오'에서 그를 추모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의 사후 <하모니>는 성운상에 이어 2009년 일본 대상을 수상(사후 수상)했다.

 

작가 홈페이지 : http://d.hatena.ne.jp/Projectitoh/

  ( 2010년 1월의 내용이 마지막으로 남아 안타까움을 더한다. )

 

여담) 그의 작품은 <메탈기어 솔리드>의 소설판을 집필한 것으로도 알 수 있듯, 밀리터리 색채가 강한 하드 SF 작품입니다. 밀리터리 SF 라고 불러도 될까요? 굉장히 지식이 풍부해서 수많은 최신 과학 설정을 잘 엮어냈을 뿐만 아니라 문장력도 뛰어나 거침없이 페이지가 넘어가지만, 밀도가 높아 만족감을 더합니다. 인물의 내면 묘사나 긴장감도 잘 엮어내어 스릴러물로도 충분히 먹혀들어갈만하지요. 작품의 스타일 자체는 다르지만 그 완성도나 구성에서 3세대의 대표 주자인 칸바야시 쵸헤이(<전투요정 유키카제>의 작가)의 뒤를 계승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실력자... 그런 점에서 너무도 안타깝고 아쉬울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