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게시판
글 수 881
6월 30일과 7월 1일은 제가 도서관을 운영한 날이었습니다. 행사가 있기도 했고 여러가지 할 일이 많았기 때문이지요.
(이런 건 그때그때 소개해야 하는데 말입니다.-_-;; 정말로 정가일님께는 감사와 함께 죄송한 마음을 금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덕분에 도서관에서 이런 저런 일들을 마감할 수 있었습니다.
우선 7월을 맞이하여 6월까지의 재정 내역을 정리하는 한편 도서관에 기증해 주신 여러분과 후원해 주신 분들의 목록을 다시 정리해서 도서관에서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표시해 두었습니다.
SF&판타지 도서관은 많은 분의 도움으로 만들어지고 또한 꾸준히 발전하고 있는 장소입니다. 그런 만큼 도서관에 도움을 주신 여러분에게 감사하고 기억하는 일은 매우 당연한 것이지요. 목록으로 만들어두고 도서관의 홈페이지에 소개했지만, 정작 도서관 자체에서는 제대로 소개하지 못했던 터라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사실은 진작에 했어야 할일이기도 합니다만...
이렇게 목록을 정리하면서 도움을 주신 여러분을 다시 한번 떠올리게 됩니다.
특히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추리작가이기도 한 정가일님입니다. 현재의 SF&판타지 도서관을 사실상 SF&판타지 (그리고 추리) 도서관으로 바꾸는 결과를 낳은 분이기 때문이죠.
사당동에서 운영할 때의 일입니다. 한 분에게 메일이 왔습니다. 내용은 '기증할 책이 많은데 직접 와서 가져가져 할 것 같다.'라는 거였죠. 그래서 연락을 해 보니 몇 상자라고 해서 차(SUV)를 갖고 갔습니다. 그런데 이게 뭡니까? 몇 상자가 아니습니다. 상자의 자릿수가 달랐던 것이지요.
결국 급하게 용달차를 불렀고 정가일님과 둘이서 열심히 옮겨서 실었습니다. 한편으론 시간이 되는 분들을 최대한 불러 모았지요. 일요일이고 시간이 늦어서 힘들었지만요. 역시 정가일님이 용달에 함께 타고 오셔서 도움을 주셨기에 부담이 덜했습니다.
그렇게 도서관에 도착한 책으로 회의실은 전멸. 회의실만이 아니라 열람실과 복도에도 책이 그득하게 된 상황에서 분류 작업은 밤새도록 이루어졌습니다. (당시 자원봉사자인 반디님께서 특히 많은 도움을 주셨죠.)
결국 그날 중에 다 정리되지 못한 책은 그후로도 며칠, 아니 몇 주에 걸쳐 정리해야 했지요. 한동안 회의실은 엉망진창이었고요. (결국은 도서관을 옮기는 그날까지 회의실이 완전히 정리되지 못했습니다.)
그 결과 SF&판타지 도서관에는 난데없이 추리 소설이 수백권 이상 늘어났고 단번에 책장이 엄청나게 부족해지기에 이릅니다. 그보다 조금 앞서 책장을 늘려서 공간에 여유가 생겨 좋아했지만, 말짱 황... 단번에 천단위에 가까운 책이 늘어나 버렸으니 도저히 책장을 다 채울 수 없었죠.
(사실 정가일님의 자료 중 일부는 아직도 정리가 끝나지 못해서 창고에 있습니다. 이번에 도서관을 옮긴 김에 정리해서 전시할 예정입니다만...)
뒤늦은 일이지만, 정가일님의 인사말을 소개해보죠.
안녕하세요. 추리소설가 정가일입니다.
어린시절부터 SF와 추리소설의 팬이었던 제가 서울에 SF판타지의 장르 도서관이 있다는 것을 알게된것은 크나큰 기쁨이자 충격이었습니다.
처음 방문했을때 작지만 알찬 도서관내부를 보고 오랫동안 모아왔던 장서를 기부할곳은 이곳뿐이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기쁘게 제 장서의 상당부분을 이곳에 기증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기회가 되는대로 책을 기부하고 한국 독자에게 알려지지않은 한국 추리작가의 작품들도 알릴수 있도록 힘쓰겠습니다.
장르도서관으로서 SF판타지도서관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하며 관장님이하 여러 스텝분들께 다시한번 감사의 말씀드립니다. 제가 여러분을 수고롭게(?)만들어 드린점 심심한 사과말씀드리며 이만 줄이겠습니다. May the Force be with You!
(이런 건 그때그때 소개해야 하는데 말입니다.-_-;; 정말로 정가일님께는 감사와 함께 죄송한 마음을 금하지 못합니다.)
한편 정가일님과는 다르지만, 역시 부담을 느낄 정도로 많은 책을 기증하신 분은 또 계십니다. 이번에 정기후원자가 되어주신 송용준님이십니다. 송용준님은 오랜 기간 모으셨던 라이트노벨을 대량으로 기증해주셨는데, 역시 십여 개의 상자를 차에 겨우겨우 채워 넣고 도서관으로 옮겨야만 했지요. (처음에 7개의 상자...라고 말씀하셨는데 최종적으로는 그보다 두 배 가까웠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때 함께 차를 타고 오면서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누었던 것도 기억에 남는군요.
그런데 그로부터 1년여의 세월이 흘러 최근에 다시 연락을 주셨습니다.
"안녕하세요. 기억 하실는지 모르겠지만 작년초에 거여동에서 라이트 노벨들을 기증했던 송용준입니다."라는 내용으로 시작된 메일...
30여권의 책도 작지 않지만, 정기후원을 하기로 해 주신 것에 더욱 기쁘고 감사했지요. (게다가 홈페이지의 주소가 잘못된 것을 지적해 주셔서 더욱 도움이 되었습니다.)
많은 책을 기증해 주신 분은 그 밖에도 여러 분 계십니다. 역시 여러 상자를 택배로 보내주신 이상수님이라던가, 귀한책을 아낌없이 보내주신 최세영님, 도서관의 문을 열고 얼마 후 도서관을 휙 둘러보시고는 근처의 헌책방을 뒤져서 대량의 희귀 도서를 건져다 주신 김태영(벌거지)님, 라이트 노벨과 스릴러 등을 많이 전해주신 류형석님 등...
최근에는 김원민님이나 김미숙님, 박예슬님이나 장강명님 등 많은 분이 기증을 해 주셨는데, 그 중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건 트위터에서 말을 걸고 보내주신 자월 나나나님도 계시네요. 거의 매주마다 한 상자씩 날아오는데 책들이 매우 충실하고 깨끗해서 좋았습니다. 좋아하는 작품이 꽤 저와 겹치는 경향도 있고 말이죠.^^
회사로서는 무엇보다도 이번에 후원자가 되어 주신 황금가지... 도서관이 처음 문을 열었을때 갑자기 몇 개의 상자가 날아와서 놀랐는데, 그게 바로 밀리언셀러 북스를 비롯한 당시 나온 황금가지의 거의 모든 작품이었던거죠. 그 순간 "내가 도서관을 만들기 잘 했다."라는 마음을 갖게 되었죠.
그리고 미래경을 만드는데도 도움을 주고 계신 시공사. 도서관에서 부탁드리는 책을 모두 보내주시는 덕분에 매우 충실한 장서를 마련하는데 도움을 주었습니다.
사무실을 옮기면서 재고 도서를 처분할 때 찾아가니 그 자리에서 필요한 책을 모두 가져갈 수 있게 해 주셨던 북스피어 역시 잊을 수 없습니다. (도서관을 옮길 때는 자금 후원까지 해 주셨고요.)
책이 필요하다는 말에 상자에 잔뜩 넣어 보내주신 대원씨아이나 파란미디어(새파란 상상)에서도 큰 도움을 주셨습니다.
뭐라고 말할 수가 없군요. 워낙 많은 분께서 워낙 많은 책을 보내주셨으니까요.
도서 목록에 기재된 '기증 도서'의 숫자는 4천권에 육박합니다. 그들 모두가 전시 도서는 아니라고 해도 도서관에 전시 중인 1만여의 장서 중 최소한 1/3 이상은 기증 도서인 것이지요. 그게 아니었다면 위와 같은 빈 책장만이 돌아다녔겠지요.^^
앞으로 기증 도서는 더욱 늘어날 것입니다. 그에 따라서 도서관은 더욱 충실하게 바뀌어 가겠지요.
도서관이 조금씩 발전하여 더욱 나아질 때마다 이처럼 도서관에 도서를 기증해 주신 여러분을 잊지 않고 기억할 것입니다.
물론 앞으로 여유가 생기면 더욱 보기 좋은 위치에 좀 더 멋지게 정리해서 소개할 필요가 있겠죠.
아래 사진처럼 빽빽하게 기록하는게 아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