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시픽림만의 상영회가 아니라 슈퍼 로봇의 상영회였습니다.

일본의 로봇 애니메이션의 역사를 전체적으로 소개하는 강연을 시작으로 실사판 로봇물들의 역사를 소개하는 기회가 있었고, 이윽고 로봇 족스에 이어 슈퍼 로봇 스피리츠를 앞부분만 짧게 보여주고 퍼시픽 림으로 들어갔습니다.

그야말로 복합적인 상영회라고 할 수 있겠군요.


여러가지 후기가 있지만, 이게 제일 인상적이네요.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에너지를 빨리곤 했지만, 이번에는 에너지를 만땅으로 채웠다."

네, 그랬습니다. 이번 상영회는 그야말로 열정으로 가득한 공간이었습니다. 정신적인 피로를 날려버리고 환성과 박수가 가득한 순간이었죠.

스트레스 해소에는 최고의 자리였을까요?

-비록 저 자신은 며칠간 잠을 제대로 못자서 피곤했지만- 강연 동안 활력이 넘쳤고 퍼시픽림의 상영에선 최고의 재미가 넘쳤습니다.

너무 늦게 끝난게 아쉽긴 합니다. 아니었다면 같이 밥이라도 먹으면서 이것저것 얘기를 할 수 있었을텐데 말이지요.


영화는 환성을 지르고, 박수를 치면서 보는 것이라는 것을 새삼스레 느꼈습니다.

어제 보았던 퍼시픽림은 그야말로 '처음 보는 작품' 같았습니다.

카이주에게 손이 잡힌 크림슨 타이푼이 거꾸로 몸을 뒤집어 던져 버릴 때 환성이 터졌고,

체르노 알파의 '햄머 파워!'에서 

배를 들고 걸어오는 집시 데인저의 모습에선 박수가 튀어나오는...


그야말로 이제껏 한 번도 본 적 없는 그런 자리였다고 해야 겠네요.

다들 퍼시픽림을 봤을텐데도, 정말로 처음 보는 느낌이었다고 해야 할 겁니다.


물론 B급(아니 C급?) 영화였던 로봇 족스조차 환성과 박수가 넘쳤습니다. 아니 도리어 이 작품이기에 더욱 그랬을지도 모르겠군요.^^


강연에서 시작하여 퍼시픽림으로 끝난 행사... 본래는 2시부터 6시 예정이었지만, 8시 반이 되어야 끝나버린 이 행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웃음과 환성과 박수가 가득했습니다.

(사실은 강연을 하면서 약간 폭주한 바람에 예정보다 많이 길어져 버리긴 했습니다. 중간 중간 영상도 더 많이 틀어주었고요. 그럼에도-아니 그렇기 때문에- 더욱 즐거운 자리였던게 사실입니다.)


도서관에서 진행하는 상영회는 바로 이런거!

라는 것을 진정으로 깨달을 수 있는 자리...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것이 단순히 좋은 시설 때문이 아니라,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자리라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나저나....

이걸 보고 나니 영어판 퍼시픽림은 뭔가 재미가 없군요.

"너무 잔잔하다."

영어판 퍼시픽림에 대한 평가입니다. 거대 로봇과 괴수의 격전이라면, 이런게 필요한 법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