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만에 깨어난 스타워즈의 속편은 팬들에게는 온갖 오마주로 가득한 선물 보따리가 되었고 일반 관객에겐 스타워즈의 설정을 생각하지 않고 가볍게 볼 수 있는 SF 액션물이다.

스토리의 전체 내용과 구조는 에피소드 4의 오마주이지만, 에피소드 6이 약간 섞여 있으며 새로운 인물들은 신 시리즈를 이끌어나가기에 적절한 선택과 구조이다.

카일로 렌과 한 장군은 다스베이더와 타킨 같은 완성된 악역을 기대한 이들에겐 부족하게 느껴지겠지만, 다스베이더와 루크 사이에서, -강력한 힘을 갖고도- 콤플렉스 덩어리로 성장한 카일로 렌이나 권위에 의존하는 소악당에 불과한 한 장군의 모습은 슈프림 로드의 하수인에 불과하다는 설정상 자연스럽다. 현재는 덜자란 어른인 카일로 렌이 콤플렉스를 벗어나 성장할지 기대가 되는 대목.(슈프림 로드 때문에 더더욱 비틀어질지도 모르지만...)

핀, 레이, 포 다메론.사실상 루크와 한솔로의 역할을 나누어 가진 세 인물 중에서 주목할만한 것은 핀. 스스로 선택하지 못하고 끌려가야만 했던 상황에서 도망치기로 결심했지만, 그것이 단순히 도주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 레이에 대한 동경과 존경(사랑은 아님)으로 한 솔로처럼 목숨걸고 뛰어드는 상황을 잘 보여주었다.

에피소드 4의 오마쥬이지만, 분위기는 완전히 다르다.

에피소드 4는 1977년의 혼돈기(미국 건국 200주년 기념 다음 해지만 베트남전의 패전 등으로 좌절하던 시기)에 절실했던 신화적 영웅의 탄생을 잘 그려낸 작품이었다면, 깨어난 포스는 영웅의 이야기가 신화나 전설이 되고, 결코 영웅이 탄생할 수 없는 시대에 태어나 방황하는 세 젊은이(핀, 레이, 카일로 렌)가 `자신의 길`을 찾아나서는 출발의 이야기이다. 포 다메론을 포함해 그들은 `영웅적 활약`을 하지만, 에피소드 4와 달리 영웅적 결말로 장식하지 않는다.

그들의 여정은 이제 시작되었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 깨어난 포스는 정체성을 잃고 헤매는 현대의 젊은이에게 어울리는 작품이다.

깨어난 포스는 새로운 3부작의 시작이라는 점에서 적당하다.

만찬으로서 배부른 정도는 아니지만, 전채로서 맛을 보고 입맛을 돋구기에는 완벽한 작품. 다음 식사가 내후년이라는 것이 안타깝다.

별 수 없다. 그 동안은 로그원 같은 외전을 간식으로 배를 달랠 수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