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게시판
지상으로부터 300km. 끝없이 펼쳐진 진공의 세계에 처음 도달한 그 사람은 그 순간 인류 역사상 가장 외로운 존재였을지도 모릅니다.
"지구는 푸르다. 주변을 돌아보았지만, 그 어떤 신도 존재하지 않는다."
소련의 집단 농장 출신인 유리 가가린의 메시지는 훗날, 아폴로 11호를 통해 지구 밖 천체에 처음 발을 내딛은 닐 암스트롱의 말과 함께 인류의 역사에 길이 남겨졌고, 그후 우리가 사는 세계를 부르는 형용사로 가장 널리 쓰이게 되었습니다.
[ 푸른 지구. 물론 유리 가가린은 지구를 한 눈에 보지 못했지만, 느낌은 아마도 같았을 것입니다. ]
푸른 지구... 우주에 격리되었던 1시간 48분 동안 유리 가가린은 이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존재였을지도 모르지만, 동시에 이 세상의 모든 것과 하나가 되었던 존재였을 것입니다.
그로부터 50년. 인류는 혼자가 아니라 여럿이 우주로 향하게 되고, 심지어는 우주에서 오랜 기간 살아가고 있지만, 유리 가가린이 시작한 우주로의 여정은 현재 진행형으로 계속될 것입니다. 언젠가 우리 인류가 우주의 끝에 도달하는 그 날까지... 그때까지 지구가 항상 푸른 모습을 지켜나가길 바랍니다. 그래서 지구를 떠나는 모든 이들이 "지구는 푸르다"라고 말할 수 있기를...한편, 유리 가가린의 말은 여러가지 의미를 시사합니다. 일설에는 미국을 누르기 위해 공산권에서 지어낸 말이라고도 하는데...
SF에서는 우주로 가서 "지구를 본" 사람들이 "지구에는 국경이 보이지 않는다."라는 말을 하는 장면을 종종 봅니다. 그래서 지구는 하나라고 하던가요? 문득 아래의 영상이 떠오릅니다...
여담) 우리는 역사 속에서 유리 가가린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지만, 그의 뒤에 수많은 이의 노력이 함께 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곤 합니다. 우주 개발만이 아니라 인류가 이룬 무수한 위업의 이면에는 그를 지원하고 협력한 수많은 사람이 존재하는 것입니다. 유리 가가린의 이름과 함께, 그 뒤에서 지원했던 수많은 이름없는 누군가를 찬양합니다.
여담) 우주에서 귀환한 유리 가가린은 우주 개발의 상징 같은 존재로 칭송되었지만, 지나치게 급변한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여 술에 빠지기도 했다고 하는군요. 심지어는 자해 행위를 하기도 했다고...하지만, 결국은 극복했는지 이후 비행 지휘관이 되기 위한 훈련을 받기로 합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1968년 훈련 중의 갑작스러운 사고로 사망하고 말았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각종 음모론이 있지만(이를테면, 유리 가가린이 비행 전에 술을 마셨다거나, 누군가에 의한 고의적인 사고라던가), 모두 낭설에 불과하다는 것이 밝혀지기도 했습니다.
당시는 악천후였다고 하는데, 여기에 근처를 비행하던 S-11 초음속 요격기가 고속 비행을 하면서 발생한 충격파로 비행 상황은 좋지 않았다고 합니다. 어찌되었든, 그렇게 유리 가가린은 숨을 거두었고 영웅을 잃은 소련의 우주 개발은 -개발 담당자였던 코룔료프의 와병 등이 겹쳐서- 좌초하게 됩니다. 정말로 안타까운 일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