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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읽는 내내 영화에서는 느낄수 없었던 충격이랄까, 그 비슷한 감정이 머릿속을 뛰어다녔습니다.


 혹성탈출이 '인류의 오만함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소리는 각종 매체들을 통해서 듣고는 있었지만, 정작 영화를 볼 때는 그런 것들을 전혀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저 볼만한 SF영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지요.


 하지만 원작인 책을 읽을 수록 왜 저런 말이 나왔는지를 여실히 알 수가 있었지요. 그리고 영화는 흥행을 위해 철저히 각색되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절반도 전달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도 말입니다.


 책은 1969년판에서 분위기를, 2001년판에서 주인공을 가져온 듯한 느낌인데, 사실 이 책이 원작이니 영화판이 상당 부분을 각색, 수정한 것이겠지요.


 전체적인 스토리는 영화판과 대동소이 합니다만, 원작이 영화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하나 있다면 바로 인간에 대한 묘사였습니다. 영화판은 구판, 리메이크판 할 것 없이 인간이 지배받고는 있지만 지금의 인류와 같은 정도의, 식자들이 말하기 좋아하는 '지성'은 가지고 있던 반면, 책에서는 퇴보에 퇴보를 거듭해서 말과 문화와 지성이라는 것을 잃어버리고 완전히 짐승이 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의 인류가 침팬지나 고릴라와 같은 영장류를 보듯, 책에서는 영장류들이 인류를 그렇게 보고 있지요.


 아마도 제가 충격을 받았던 것이 바로 이 부분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세계가 멸망하고 다른 존재에 의해서 지배 받으며 살더라도 여전히 인간으로서의 성질을 유지하고 있을 것이라는 저의 무의식적인 믿음이 완전하게 깨져 버렸으니까요. 현재 우리가 원숭이라고 부르는 영장류와 하등의 차이도 없는 인간들, 그 사이에 떨어진 주인공의 감정이 어떠했을지는 말로 할 필요도 없을 것입니다.


 SF가 가져야 할 덕목이라는 무엇인가를 손수 가르쳐 주는 책이 이제야 출판되었다는 사실이 아쉬우면서도, 늦게나마 원작을 접할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할 뿐입니다.


 추신 : 표지가 고릴라의 얼굴이라 그런지 갑자기 마이클 크라이튼의 콩고가 생각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