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7월이 넘어가고 1년 중 가장 무더울지 모르는 계절 8월이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오늘도 SF&판타지 도서관은 변함없이 시원하지요. 본래부터 반 지하인지라 외부보다 기온이 낮은데, 이따금 에어콘의 오작동(이라기보다는 대개 인위적인 이유지만...)으로 너무 추워지기 때문이지요.
 
  물론, 이럴 때는 도서관 지기에게 말씀해 주시면 조정하고 있습니다. (대개는 잠시 꺼 둡니다.^^) 오늘은 평소 23도로 조정되어 있는 온도를 25도로 올려두었습니다. 적당히 서늘한 정도... 쾌적한 느낌이지요.

  어찌되었든... 행사가 끝나고도 한참의 시간이 흐르고 도서관은 변함없이 운영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일요일이지만 아직 많은 분들이 오시지 않은게 아쉽지만, 그런 만큼 좀 더 편안한 분위기일까요?

  오늘의 도서관 지기는 관장인 저입니다만(보통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하는 일은 평소와 차이가 없습니다.

  기증 들어온 도서나 구매한 도서를 정리해서 집어넣고, 뭔가 빠진 것은 없나 문제가 있는 것은 없나 체크하는 정도...

  언젠가는 도서관 내부도 좀 더 깔끔하고 편리하게 단장해야 겠지만, 일단은 하루하루 꾸준히 계속해 나가는게 우선이지요.


  도서관에는 책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책장이 부족해졌기에 책장을 새로 들여왔으며, 한편으로 전시하는 도서들을 부분적으로 정리하기도 했습니다. (SF와 판타지의 비율이 그만큼 늘어났다고 하겠지요? ^^)

  SF와 판타지 도서들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비율로 보면 한달에 200권 이상은 늘어나는 듯 하군요. (그 중 상당 수는 제가 산 것이지만, 이따금 구할 수 없었던 고전 작품을 기증해 주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그 중 상당 수는 만화책과 속칭 라이트 노벨이라 불리는 작품들입니다.
  (라이트 노벨(Light Novel)이라는 장르는 존재하지 않으며 확실한 기준이 없지만, 여하튼 그런 식의 브랜드로 판매되는 작품들이겠군요.)

  다시 말해 주로 일본의 대중적인 작품 비율이 계속 상승하는 것이지요. (라이트 노벨 브랜드 작품 이외에 늘어난 것도 미야베 미유키씨의 <이코> 같은 판타지 작품이니...)

novel_ico_miyabe_miyuki.jpg
[ 이코~안개의 성~... 게임 원작의 작품으로 미스터리 작가로도 잘 알려진 미야베 미유키의 매력이 잘 살아있는 판타지 작품입니다. ]

  그렇다면 이것은 과연 어떤 현상일까? 딱히 어떤 현상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단지 이쪽 작품이 더 많이 나온다는 사실의 반증일 뿐이지요.

  전통적인 SF팬(이 분류는 조금 애매하겠지만...)으로서는 아쉬운 일일지도 모릅니다. 아직도 SF에는 수많은 명작이 있지만, 만화처럼 편하게 볼 수 있는 작품들만 나온다는 점에서... 하지만, 작품에 대한 평가는 어떻든, 장르 작품이 늘어난다는 사실은 도서관장으로서는 기쁜 일이지요.(물론, 이들을 모두 구비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없는 건 아니지만...)

  일부 SF 팬들 중에는 라이트 노벨 브랜드의 작품, 또는 만화 작품은 SF가 아니라고 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하지만, 미국의 SF 작품에도 명작이 있고, 그렇지 않은 작품이 있듯, 라이트 노벨 브랜드로 나온 일본 작품에도 명작이 있고 그렇지 않은게 있지요.

  이를테면, <전투 요정 유키카제> 같은 작품은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들어졌고, 국내에서는 라이트 노벨 브랜드 중 하나인 NT노벨에서 나왔지만, 일본의 명망있는 SF 잡지, <SF 매거진>에서 연재한 작품으로, 일본의 네뷸러상이라 해도 좋을 '성운상'을 받은 작품입니다.

  아니, 굳이 상의 권위 등에 의존하지 않고 생각해 보아도 <전투 요정 유키카제>는 매우 완성도 높은 그리고 깊이있는 SF 작품으로 간단히 말해 '명작'이라고 부르기에 손색이 없는 작품이지요. 어떤 존재이며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외계 종족과의 싸움을 무대로 인간과 기계 지성체 등 '존재'의 문제를 참 흥미롭게 연출한 좋은 작품입니다. (사실, 애니메이션보다는 소설 쪽이 좀 더 편하게 볼 수 있지요.)

  또는 아리카와 히로씨의 <도서관 전쟁> 시리즈 같은 건 어떨까요? 미디어의 검열, 모든 문화를 '좋게' 바꾸겠다는 통제 사회에서 조금이라도 그 제약을 벗어나고자 하는 이들의 이야기... 역시 애니메이션으로 나온 작품이지만,또한 '성운상 수상작'이라는 것은 같습니다.

  성운상 수상작이나 일본 SF 대상 등을 생각하지 않더라도 재미있게 볼 수 있고 유익한(?) 작품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대개는 시리즈 작품이라 길이가 길지만 짧은 작품도 많고(이를테면, <타임 리프>처럼 2권짜리), 무엇보다 한권 한권 읽기 편해서 금방 볼 수 있지요.
(여기서 광고 하나.... 도서관 정기 회원에 가입하시면 한번에 5권씩 빌려가서 편하게(그것도 최대 3주일간) 보실 수 있답니다.^^)

  라이트 노벨도 읽기 힘들다.... 그렇다면 만화도 좋지요. 가령 근래에 애니 북스에서 나온 <2001 야화> 같은 작품은 어떨까요?

COMIC_2001_SPACE_FANTASIA.jpg
[ 호시오 유키노부씨의 2001 야화. 인류의 우주 진출에 얽힌 여러 에피소드를 통해 깊은 감동을 남겨줍니다.

  아서 C 클라크의 <2001년 스페이스 오딧세이>에서 영감을 얻은 듯한 작품이지만, 우주 여행과 탐사, 그리고 진출에 대한 독특하고 깊이있는 감수성이 전해집니다. 근래의 우주 탐사에 관심있다면 <우주형제>처럼 가볍게 볼 수 있는 작품도 좋겠군요. 우주 개발과 관련한 형제의 이야기를 즐겁게 체험할 수 있거든요.

  이렇듯 도서관에는 많은 책이 있답니다. 아이작 아시모프 등 대가의 명작들도 좋지만, 좀 더 다른 작품들을 보는 것도 재미있지 않을까요?


추신) 이번 주부터 쓰기 시작한 '오늘의 도서관...' 매주 한번씩 도서관의 현황을 알리려는 뜻에서 쓰기 시작했는데 어쩌다보니 작품에 대한 잡담이 되고 말았군요. 뭐, 양식이 정해져 있지 않으니...^^ 그럼 다음 주에 또 뵙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