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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이맘때 쯤에 부활의 땅 이벤트를 통해서 받은 책입니다.

당시에 부활의 땅 3권 대신 이 책을 받게 되었는데, 왠지 손이 가지 않아 미적거리다가 올해 들어와서야 완독하게 되었네요.

학살기관은 Asdee님의 리뷰처럼 군사첩보물의 요소가 강한 sf물이기에 개인적인 관심권 밖이라 완독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많은 밀리터리 소설이나 첩보소설을 읽은 것은 아니지만, 읽다보니 중학생때 읽었던 자칼의 날이 많이 생각나더군요.

왠지 잿빛에 칙칙한 분위기가 풍기는 것이...^.^


 sf나 첩보물로써의 리뷰는 Asdee님의 글을 읽어보시는 것이 좋을 것 같고요.

개인적으로는 미국인이 주인공이고 서양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소설이면서도, 기저에 깔린 사상은 지극히 일본적이라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역시나 일본인 작가의 글!)


 헤살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이 소설의 제재라고도 할 수 있는 '말이 곧 현실이 된다.'는 내용은 일본의 전통적인 사상, 신도(우리가 각종 매체를 통해 흔히 볼수 있는 일본의 신사 계열의 종교)에서 말에는 인간이 인지할 수 없는 힘, 언령이 깃들어 있어 그 시전자를 제외한 다른 이들이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이에 현실이 되어 인간과 사회에 영향을 미친다는 믿음을 그대로 인용하고 있습니다.

쉽게 이야기해 저주라고나 할까요?(저주와는 성격이 많이 다릅니다만...)

어쨌든 토착 종교와 sf라는 아무런 접합점도 없는 두 장르가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아무런 위화감없이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는 것에서 작가의 대단한 역량을 알수가 있었습니다.


 국내 작가들의 sf를 많이 읽어본 것은 아닙니다만, 2005년정도까지 제가 읽어본 대부분의 국내 sf소설들에서는 어떻게든 논리적인 인과관계를 가진 과학기술을 도입하고 그것을 이야기함으로써 자신의 글이 sf소설이라는 것을 강변하고, 어설프게 서양쪽의 sf를 따라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지금은 국내산 sf를 전혀 읽지 않으니 어떤지 모르겠습니다만...)

 반면 같은 문화권의 sf작품임에도 불구하고 학살기관은 굳이 전문적인 용어를 늘어놓지 않고 사용된 기술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음에도 sf의 향기를 진하게 풍기면서 자국의 정서를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것이 신선하게 느껴지더군요.

그리고 이런 부분이야 말고 앞으로 우리의 sf소설이 나아가야할 방향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