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매니아들을 흥분시킬 만한 서적이 출간되었습니다.

기동전사건담 시리즈의 제 1작인 1년 전쟁을 여러 방면에서의 고찰과 고증을 통한 설명한 해설서입니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허구의 세계를 하나의 현상으로 이해하여 하나의 별세계를 만들어낸 것이나 다름없지만 건담월드에 살고 계신 분들께는 좋은 지침서가 될 것입니다.

건담에 관한 해설서가 그동안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애니메이션에 대한 줄거리나 캐릭터를 부각시키는 설정집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번의 새로운 시도는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해도 좋을 것입니다.

책 내용 자체가 당시의 사회,군사,과학 등 전반에 걸친 현상을 파악하고 그것이 어떠한 상관 관계를 주느냐에 대한 분석은 정말 대단한데 해당 시점 자체가 1년 전쟁이 끝난 한참 후입니다.
 
이것은 티탄즈의 대두, 에우고의 대립, 하만 칸의 공격, 샤아의 역습 등에 대한 건담 전쟁사까지에 미친 영향을 나열했기 때문인데 마치 현대의 시점에서 2차대전을 그려내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장비나 설정 등과 관계된 부분이 많이 있어 이 서적은 기존의 건담팬을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밀리터리 팬들에게 더 어필할 것으로 생각되는데 연방군의 장기적인 총공세와 공국군의 단기결전 등과 같은 전술 사상을 보면 애초헤 어느 정도의 설정하에 애니메이션이 만들어졌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상당한 개념하에 건담 월드가 구축되었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애니메이션에서 느끼듯이 공국군은 2차대전 당시의 나치 독일군 체제이며 연방군은 연합군이라고 볼 수 있는데 각각 자원/인력 부족과 관료체제의 정체성이라는 악졈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타파하기 위해 공국군은 단기결전을 준비하고 그 과정에서 인간형 병기인 모빌 슈트를 개발하게 됩니다.

연방군은 그 이전에 발생한 소요 사태 등으로 인하여 스페이스노이드의 지구 이탈을 우려하면서도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못하며 공국군이 개발하고 있는 MS의 존재를 그들의 기만 행동으로 인하여 큰 위협으로 보지 않습니다.

그렇게 불안한 평화가 지속되던 어느날 마침내 공국군의 선제 공격으로 전쟁의 막이 오르고 쌍방간에 막대한 피해를 입힌 전쟁이 시작됩니다.

이 책에서는 나치와 연합군이 대립하는 구도를 그 설정부터 사용하고 있음을 보여주는데 조금 비약적이기는 하지만 연방군의 계급은 권력과 지위를 말하지만 공국군의 계급은 공적에 대한 보상인 경우가 많다는 점도 재미있는 설정입니다.

상하권의 끝부분에는 주요 인물들에 대한 간단한 평이 나와 있는데 여기서는 샤아에 대한 평이 상당히 혹독한 평입니다.

어쩌니 저쩌니 해도 건담시리즈 최고의 캐릭터는 샤아인데 일년전쟁사에서는 그의 역할 비중이 그리 크지 않습니다.

아무리 우수한 파일럿이라고 할지라도 수천만명이 동원되는 전쟁에서 그 역할이 다소 미미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만 개인적으로는 조금 아쉽긴 합니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번역되지 않았지만 이미 일본에서는 샤아 아즈너블 평전이 나온 바가 있습니다.

평전을 읽어 보면 찬양일색만을 늘어놓은 것은 아니지만 일년전쟁사에서는 꽤 혹평을 합니다.

"정치적 이상으로는 아버지 지온 타이쿤을 능가할 수 없고 뉴타입이라는 점에서는 라라아보다 못하고 파일럿이라는 면에서는 아무로 레이만 못하고 대중선동으로는 기렌 자비를 능가하지 못했다."

하지만 위에 열거한 사람들은 전부 천재급의 일류입니다.

그러한 일류들을 상대로 여러 분야에서 경쟁할 수 있었다는 자체만으로도 대단하지 않을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