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날이 무진장 춥군요. 한 분도 안 오시리라 생각했는데 생각과는 달리 개장하자마자 찾아주신 분이 계시네요.
  그 밖에도 몇 분...

  오늘은 오랜 만에 가습기를 틀기 시작했습니다. 여름에는 습도가 높아서 고민했는데(그래도 생각보다 낮아서 70%를 넘지 않았습니다만) 이번에는 낮은 습도가 문제... 게다가 날이 추워진 만큼 내부 온도를 높이느라(도서관은 온돌 바닥입니다.^^) 습도는 더 내려가게 마련이지요.

  실내 기온은 26도...(조금 높군요) 습도는 35%... 습도가 높으면 책에는 좋지 않지만, 습도가 낮아도 책에는 좋지 않을 뿐더러, 사람들도 답답한 느낌을 받기 쉽지요. (40~60% 정도가 적당한 습도라고 합니다.)

  SF&판타지 도서관은 책을 열람한다는 목적도 있지만, 한편으로 다양한 작품을 수집, 보존한다는 목적도 함께 갖고 있습니다.
  그런만큼 보관에도 신경써야 하는 것이지요. (열람을 하면서 보존까지 신경쓴다니 이상하게 생각되실지도 모르지만...)

  보관이라고 하니... 이번에 도서관에 중고 도서가 많이 들어왔습니다.
  도서의 구매를 맡아 주시는 운영 위원분 덕분인데 정말로 흔치 않은 도서들이 많군요.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아이작 아시모프의 '나이트 폴'.. 1995년. 즉 고작 14년 전의 책이긴 하지만 이제는 완전히 절판되어 구할 수 없는 작품이고, 사실 아시모프를 좋아하는 제가 -보고싶었지만- 찾지 못한 몇 안 되는 도서 중 하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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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F&판타지 도서관이라고 거창하게 이야기하지만 아직 부족한 책도 많고, 특히 고전 작품 중에 빠진 것이 많이 있지요. 그런 만큼 앞으로도 고서들을 찾는 일은 계속되리라 생각합니다만...


  이런 저런 경로(기증이나 구매)를 통해 들어온 도서들은 일단 도서관의 직인을 찍고 장르, 품종 별로 분류하여 목록에 정리합니다.
  (현재는 엑셀 파일 같은 목록 뿐이라 불편하지만 조만간 인터넷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구조로 바꿀 예정입니다.)

  그리고 '새로 들어온 책' 책장으로 들어가지요. (2권 이상의 시리즈라면 마지막 권 하나만 들어갑니다.)

  신간 도서나 중고 도서나 이 과정에는 별 차이가 없지만, 중고 도서에는 한가지 과정이 추가됩니다. 바로, '세월의 때'를 벗기는 과정이지요.

  중고 도서들 중에는 상태가 좋은 것도 있지만, 이따금 너무 상태가 안 좋아서 만지기만 해도 손이 더러워지는게 있게 마련입니다. (특히 헌책방에서 구매한 도서 중에 이런게 많지요.) 게다가 대여점 같은데서 나온 도서는 각종 스티커에 테이프에... 여하튼 다루기 불편한 상태입니다.

  그래서 우선은 살균 물티슈를 이용해 깨끗하게 닦고, 스티커 자국 같은 건 접착제 제거제나 세정제 등을 이용해 닦아주어야만 합니다.

  이렇게 해서 방문자들이 편하게 볼 수 있는 깨끗한 상태로 만드는 것이지요. (외국의 국립 도서관 같은 곳에서는 소독 등의 작업을 한다는 이야기도 들었지만, 그건 아무래도 무리...^^)


  그런데 이 과정에서 조금 곤란한 문제가 나오기도 합니다. 바로 '도서관 직인'이 찍힌 도서들이 발견될때이지요.

  헌책방 등에서 구입하다보면 이따금 나오는데, 대개는 대여점이나 마을 문고 정도지만 이따금 대학교 도서관이나 심지어는 시립(또는 구립) 도서관의 직인이 찍힌 것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이럴 때면 고민을 하게 되지요.

  오래된 도서라면 도서관에서 처분한 것일 가능성도 있지만, 어쩌면 누군가 책을 빌려서는 반납하지 않고(또는 분실후 누군가가 주워서) 팔아버렸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언젠가 분실한 책 수 십 권을 면제해 준 도서관이 '인간적'이라는 글을 본 일이 있습니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요?

  물론, 사정에 따라서는 어쩔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도서관의 도서는 잃어버리면 무시해도 그만인 개인 장서와는 다릅니다. 그것은 한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닌 만인을 위한 것, 모두를 위한 책이지요. 작가만의 생각이 아니라 그 책을 읽어온 수많은 독자들의 생각이 함께 담긴 것입니다.

  책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순간 도서관은 그 역할을 잃어버리게 마련입니다. '분실하건 말건'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은 언젠가 그 책을 찾을 많은 독자들을 무시한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책 한권 쯤 잃어버릴 수 있지."라고 생각하는 것은 적어도 도서관이라면 해서는 안 되는 일이지요.

  운영을 시작하고 9개월 째... 다행히도 우리 SF&판타지 도서관에서는 분실한 책이 거의 없습니다. 일단 대여 제도가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요.

  이따금 '도서관에서 책을 빌릴 수 있는지' 물어보시는 분들이 많은데, 그때마다 "정기 회원에 한해서..."라는 대답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사실 우리 도서관은 오직 '열람' 만을 허용하며, 정회원에 한해 예외적으로 대여를 한다고 보는게 맞습니다. 자료의 수집을 병행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사설 도서관으로서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제한이라고 할까요? 언젠가는 좀 더 여유로운 장소가 될 수 있게 노력 중입니다만...

  우선은 열람 시간을 늘려나가야 겠지요. 토요일을 제외하면 하루 6시간 뿐이라는게 너무 적습니다. 최소한 8시간... 가능하면 좀 더 길게 늘려나가는게 바램이자 목표... 그리고 좀 더 편한 자리로 옮겨서 더 많은 분들이 오시도록 하는게 또 하나의 목표...


  어찌되었든, 책과 사람이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이 되는게 목표이지요. 아직은 갈길이 멀지만...^^


추신) 이를 위해 의견함을 놓아두었습니다. 일전에도 있었지만 거의 눈에 띄지 않았기에... 앞으로 어떤 의견이건 자유롭게 넣어주세요.
  소중히 참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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