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토요일에 SF&판타지 도서관에서 인사대전(人蛇大戰)이라는 영화를 보았습니다.  - 참조링크 : http://www.sflib.com/8757 - 며칠이나 지난 뒤에야 감상문을 쓰니 속이 뜨끔거립니다. 그렇지만, 지금 이런 졸렬한 글이라도 쓰지 않으면 영원히 못쓸 것 같아 쓰고 봅니다. 미리니름이 매우 클테니 이 부분도 양해를 구합니다.


  클럽과 도서관 홈페이지에 이 영화에 대한 소개글을 보자 꼭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매우 특이하게 보일 뿐만 아니라 지난 번 영화보기를 놓친 아쉬움이 컸기 때문입니다. - 참조링크 :  http://www.sflib.com/8438 - 그래서 이 영화를 봐야겠다고 마음먹고 서울에 갔으며 그 영화를 보는 것이 잘했다라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시나리오가 매우 형편이 없는 것을 비롯한 아쉬운 부분이 너무 눈에 띄긴 했지만요.


  시나리오가 아주 형편없다. 이 영화를 보면서 이런 혹평을 완전히 자리잡았습니다. 소재는 괜찮았습니다. 홍콩에서 고층 건물을 지으려는데 그 자리에서 엄청난 뱀떼가 나타난 도입부, 건설사 사장이 막구가내로 내린 지시로 뱀을 없애면서 재앙을 자초하는 면, 인부 몇몇이 뱀에 물려 죽는 것을 비롯한 여러 불길한 징조에도 계속 밀어붙이는 사장, 기간 안에 건물을 완성했으나 그 댓가로 사장을 비롯한 그 건물에 있는 사람들이 엄청난 재난에 휩쓸리는. 이 영화를 보면서 이야기 뼈대는 괜찮다고 여깁니다. 그러나 이야기 전개 과정과 배우가 말하는 대사는 이 영화를 부실공사로 무너진 건물로 만들고도 남았습니다.

  처음에 나타낼 부분이 영화 중간에 불쑥 나타내는가 하면, 아버지가 비참하게 죽었는데 다음 장면에 딸이 연인의 청혼에  덥석 받아들이는 장면으로 영화가 끝났습니다. 전자는 영화를 원만하게 진행하기 위한 의도라고 봐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후자를 보자 어처구니 그지없었습니다. 막장이 따로 없군. 이야기를 중시하는 저에게는 이 영화에 나타난 시나리오는 반면교사로 삼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 전개 과정 뿐만 아니라 배우가 말하는 대사나 어조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대사는 너무 전형적이라 영화에 몰입할 수 없게 했습니다. 어조도 옛날 영화에 나타는 것과 다를 게 없이 들려 거슬리기만 했습니다. 이런 부분만을 보면 영사대전이라는 영화는 반면교사의 교과서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럼에도 이 영화를 보는 것을 잘했다는 점은 영화를 보면서 80년대 초반 풍경을 간접적으로나마 접할 수 있으며, 특수효과가 아주 좋았기 때문입니다. 개봉년도가 1983년이라 제가 한살박이 시절에 나왔습니다. 제가 경험하지 못한 시대가 어떠했는지 궁금하기에 무궁화호 기차로 4시간이나 걸리는 먼 길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시나리오가 개판이라 쓴 쓸개를 핥은 기분이었지만, 본래 목적을 이루고도 남았습니다.

  이 영화가 홍콩 합작 영화라서 배경이 홍콩으로 나왔습니다. 영화 초반에  베트남 사람이 쓰는 삿갓이 보여 어리둥절했습니다. 그렇지만, 빅몬스터 동호회원이 설명하면서 계속 보니 배경이 홍콩이라는 점을 실감했습니다. 도자기로 만든 흰 수저, 홍콩같은 남방에서만 볼 수 있는 뱀들, 마괘자를 입은 대가급 땅군 및 명절 행사로 등장한 사자춤. 이런 신기한 모습을 접해 남모르는 재미를 느꼈습니다. - 시나리오든가, 배우의 연기와 대사는 그런 재미마저 반감해서 아쉽기만 합니다. - 이야기 후반부에 나타난 홍콩 경찰과 은빛을 띈 방화복을 입은 소방관을 보며 그 때와 지금이 매우 다르구나. 속으로 이런 감탄을 했습니다.

  경찰과 소방관. 그 엑스트라가 나온 시기를 전후해 크나큰 재난이 나타납니다. 이 부분에서 <타워링>이라는 고층 빌딩 재난 영화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들었습니다. 타워링은 화재로 소재를 삼지만, 이 영화는 제목에 나타난 대로 뱀이라는 소재를 썼습니다. 단 한마리를 빼고 모조리 살아있는 뱀으로 나타냈으며 이런 점이 미국같은 외국에서 더 유명하게 했습니다. 동원한 뱀이 엄청나게 많았기에 기네스 북에 올라있는 만큼, 특이한 영화를 찾을 영화광에게는 이끌릴만 하겠습니다. 이런 뱀들이 사람을 덥치는 장면은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그런 장면에 나온 음악과 배우가 뱀에게 당하면서 나온 연기는 매우 좋았습니다. 다른 장면에 나타낸 배우의 연기가 형편 없는 것에 비교하면 그렇지만요. 특히 어느 기업 사장의 정부로 나온 여인이 가장 그러했습니다. 그 여자가 애인과 통화하면서 말한  대화가 매우 오만하고 노골적이라 정부가 할 말인가 이런 의혹만 쌓였습니다. 그 연기에 비해 욕조에서 목욕하다가 몰려든 뱀에게 당하면서 비명을 지르며 한 연기가 백배천배 나았습니다.

  아. 윗문단에서 나온 뱀 한마리는 특수효과로 나타낸 것입니다. 거대한 구렁이인데 그런 구렁이를 산 채로 구할 수도 쓸 수 없을 테니 모형으로 만든 것입니다. 이 구렁이는 영화에서 재대로 나타냈습니다. <아나콘다>라는 영화에 나온 뱀처럼 사람을 집어삼키기 않았으나, 전개부분과 절정부분에서 제대로 나왔습니다. 허름한 창고에서 대가급 땅군을 계속 궁지에 몰리게 한 장면에 본 스릴은 보는 사람만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주인공 일행이 날림공사로 지은 건물에 나타난 구렁이는 재난이라는 요소를 잘 나타냈습니다. 거대한 몸집으로 방화복을 입은 엑스트라를 날리는 모습이라든가 온몸이 불탔어도 비조처럼 날라가는 모습은 당대 최고의 특수 효과로 나타낸 거라 만족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조리없이 감상문을 써갔습니다. 저에게는 글을 시작하는 것이 매우 힘들기만 합니다. 그래서 쓰다가 그만두기 일쑤이며 이 글도 그럴 뻔 했습니다. 하지만, 글을 마무리 짓는 것도 매우 힘듭니다. 이 글을 어떻게 마무리를 지어야 할 지 소심하기만 합니다. 요약을 하면, 인사대전이라는 영화는 제가 모르고 있었던 분야를 알게한 재미가 아주 컸습니다. 옛날에 이런 영화가 있었으며 잊힐뻔 한 그런 영화를 알고 찾는 이가 있구나. <인사대전>이란 영화를 보면서 <아는 재미>를 매우 크게 느껴 기뻤습니다. 이런 재미를 마련해준 빅몬스터 동호회를 비롯한 여러분에게 매우 고맙다고 알리며 이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