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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 C. 클라크 상·영국환상문학상 수상작
휴고 상·네뷸러 상·세계환상문학상 후보작

당신의 도시는 잠들지 못한다!
과학과 마법, 예술과 범죄로 빚어진 도시에서 펼쳐지는 새로운 판타지


하늘을 찌를 듯 점점 높아지는 초고층 빌딩들과 그 건물들에게 자리를 내주고 밀려나는 슬럼가로 인해 매일 지형이 바뀌는 곳, 과학과 마법이 고도로 발달되어 있으며, 온갖 종족이 공존하지만 결코 함께 어울려 살지는 않는 도시, 뉴크로부존.
가상의 공간이지만 현실 세계와 꼭 닮은 도시국가 뉴크로부존을 배경으로 하는 이 책 『퍼디도 스트리트 정거장』은 ‘어번(urban) 판타지’의 대표작으로 불린다. 어번 판타지란 현대의 도시를 공간적 배경으로 삼는 판타지를 뜻하며, 중세와 마법의 공간에서 펼쳐지는 판타지들에서 주로 드러나는 ‘동화(童話)성’ 대신 실제의 현실을 기반으로 하여 그 현실을 뛰어넘는 더 큰 ‘환상성’을 보여준다.
작가 차이나 미에빌은 J. R. R. 톨킨류의 작품들에 점령되어 있다시피 한 판타지 월드에서 뉴위워드의 기수로서 ‘새로운’ 판타지를 선보이고 있는 젊은 작가다. 그는 두 번째 장편인 이 책 『퍼디도 스트리트 정거장』으로 영국환상문학상과 아서 C. 클라크 상을 수상하고, 휴고 상과 네뷸러 상, 세계환상문학상 후보에 오르며 평단과 대중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후 미에빌은 뉴크로부존을 배경으로 하는 『상처The Scar』와 『강철의회Iron Council』를 연이어 발표했고, 이 작품들 또한 『퍼디도 스트리트 정거장』과 함께 차이나 미에빌의 ‘어번 판타지 3부작’으로 불리며 호평을 받았다(『상처』와 『강철의회』는 이후 도서출판 아고라에서 출간될 예정이다). 영미권에서의 높은 인기에 비해 이제야 우리나라에 그의 작품이 본격적으로 소개되는 것이 늦은 감은 있지만, 『퍼디도 스트리트 정거장』은 뒤늦게나마 차이나 미에빌의 기발하고 독창적인 문학 세계를 소개하는 데 손색이 없을 것이다.
또한 미에빌은 국제관계학 박사이자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 당원이며, 사회주의 연맹 후보로 하원의원에 출마하기도 했는데 그의 현실에 대한 비판의식은 이 작품에도 여실히 살아있다. 호화 주택가와 피억압자들의 게토가 뒤섞여 있고, 인간 노동자와 비인간 노동자의 차별과 갈등이 존재하며, 겉으로 드러나는 안온함을 유지하기 위해 일상적인 감시와 처벌이 이루어지는 첨단 도시 뉴크로부존의 모습은 자본주의 세계의 디스토피아이자,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디스토피아에서 던져지는 인간에 대한 물음
뉴크로부존에는 인간뿐 아니라 벌레 머리를 가진 케프리, 조인(鳥人)족 가루다, 피부에 가시가 박혀 있는 선인장 인간 캑터케이, 박쥐의 날개와 원숭이보다 약간 지능이 높은 머리를 가진 위어먼, 물로 사물을 빚는 보디야노이 등 여러 종족이 존재한다. 신체를 개조한 리메이드, 죄를 짓고 죽은 후 영혼이 되어 다른 생명체의 몸에 기생하는 핸들링어 등도 빼놓을 수 없다.
이 도시의 비주류 과학자 아이작은 어느 날, 날개를 잃은 가루다로부터 다시 날 수 있게 해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그리고 연구를 위해 하늘을 나는 갖가지 짐승들을 모으던 중 정체불명의 애벌레를 얻게 된다. 환각성 마약을 먹고 자라 나방이 된 애벌레는 결국 우리를 탈출해 사냥을 시작한다. 동물의 고깃덩어리 대신 그들의 꿈과 욕망을 먹고 사는 괴물이 된 나방으로 인해 뉴크로부존의 하늘은 악몽으로 뒤덮이고, 시 정부는 병력과 기술을 모두 동원하는 것은 물론이고 악마와 다차원의 존재인 직조자와도 손을 잡지만 나방들을 죽일 수 있는 방법은 전혀 없다.
이 작품은 크게 두 가지의 축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한 축은 아이작과 그의 친구인 반정부 언론인, 날기 위해 아이작과 행동을 함께하는 야가렉 일행이 나방을 잡아 도시를 구하기 위한 고군분투다. 여기에서 선과 악은 명료하게 구분되지 않고, 판타지에서 흔히 등장하는 영웅도 등장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군사적 무기로 사용하기 위해, 그리고 다음에는 범죄 집단의 돈주머니를 부풀리기 위해 육성됐던 나방조차 희생자일 뿐이다. 그리고 또 한 축은 형벌을 받아 정체성을 잃게 된 가루다가 서서히 인간으로, 도시의 일원으로 변해가는 과정이다. 오직 하늘을 날고 싶다는 열망 때문에 도시에 왔던 가루다, 야가렉은 도시의 욕망이 낳은 치열한 싸움을 거치면서 점점 도시의 어둠에 물들어간다.
이를 통해 이 작품은 도시와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퍼디도 스트리트 정거장에서 다섯 개의 기차 노선이 만나듯 공상과학소설과 판타지, 로맨스와 계급문학의 요소가 얽혀 있고, 생동감 넘치고 개성적인 등장인물들, 기괴한 상상력으로 빚어진 독특한 이미지가 이를 구현해내고 있는 이 소설은 종국에 ‘세계와 나의 정체성’이라는 가장 근원적인 물음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차이나 미에빌 (China Mie'ville) - 런던에서 태어나 1994년 케임브리지대학 클레어 칼리지 사회인류학과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하버드대학에서 1년간 공부했으며, 2001년 런던정경대학에서 국제관계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8년 첫 장편 『쥐의 왕』을 발표하며 주목받은 이래, ‘어번(urban) 판타지 3부작’으로 불리는 『퍼디도 스트리트 정거장』『상처』『강철의회』 등을 통해 판타지 문학의 혁신자로 떠올랐다. 또한 그는 마르크스주의자이자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 당원으로, 2001년 사회주의 연맹 후보로 하원의원에 출마하기도 했다.
“착한 사람은 복을 받고 나쁜 사람은 벌을 받는 이야기를 읽고 싶다면, 당신이 원하는 것은 동화”라며 J. R. R. 톨킨류의 판타지로부터 의식적으로 거리를 두려 하는 그는 뉴위어드(New Weird) 작가 집단의 일원이다. 그는 현실에 지친 독자들을 위로하는 판타지 대신, 현실보다 현실적인 판타지를 보여준다.
그의 작품들은 발표될 때마다 유수의 문학상 후보작으로 거론되며, 이 책 『퍼디도 스트리트 정거장』은 휴고 상 · 네뷸러 상 · 세계환상문학상 후보에 오르고 아서 C. 클라크 상과 영국환상문학상을 수상했다. 또한 독자들에게도 대중적인 사랑을 받아 2001년 아마존닷컴 편집자들이 선정한 그해 최고의 판타지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동현 - 부산대에서 행정학과 영문학을 공부했다. 웹진 「거울」의 번역 필자로 활동하면서 루시어스 셰퍼드, 댄 시몬즈, 클라이브 바커 등의 중단편을 번역했다. 2007년 현재 부산대에서 교직원으로 근무하면서 번역가 겸 기획자로 활동하고 있다. 웅진 팬덤스토리 1기를 기획한 바 있다. 옮긴 책으로는 <아누비스의 문>(전2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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