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과학하는 마음을 말하는 과학소설"
달에서 우주복을 입은 인간의 유해가 발견되었다. 문제는 그 유해의 사망 시점이 5만 년 전이라는 것이다. 대체 이 초문명을 가진 인류는 언제 어디서 어떻게 달에 갔으며, 그렇다면 이 문명은 어디로 사라져버린 것일까? 이 기묘한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전세계의 관련 과학 종사자들이 한데 모인다. 달에서 발굴 작업이 계속되면서 추가 정보가 업데이트되는 가운데, 지구에서는 최고의 지성들이 가설을 세우고 파기하고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기를 반복하면서 점점 진실에 접근해간다.

<별의 계승자>는 유수의 걸작 애니메이션들에게 영감을 선사한 작품으로 유명하다. 이는 꼭 장점이라고는 할 수 없는데, 왜냐하면 <별의 계승자>에 영향을 받은 다른 작품들을 통해 독자들은 이미 이 소설의 핵심적인 부분을 만났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SF에서 중요한 요소가 새로운 세계 또는 개념을 만났을 때의 '경이감'이라고 했을 때, 지금 <별의 계승자>를 읽기 시작한 분들은 충격적인 놀라움을 만나기에는 조금 늦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역사에 남은 걸작들은 한두 가지의 놀라운 아이디어만으로 버틴 게 아니다. <별의 계승자>는 그보다 더 많은 재미를 가지고 있다. 문장은 쾌적하며 과학자들의 사고방식은 (언제나처럼) 냉철해서 얼마 전에 쓰여진 소설이라고 해도 별로 놀랍지 않을 정도다. 무엇보다 이 소설은 과학을 연구하는 사람들의 마음가짐이 어떤지를 여느 다큐멘터리 못지 않게 잘 보여준다. 가지고 있는 단서들을 과학적 가설로 조합해 가장 합당한 결론을 찾아내려는 등장인물들의 노력이 소설의 거의 모든 부분을 차지하는 <별의 계승자>는 아마 인류가 과학의 힘을 믿는 동안은 언제까지나 읽히고 회자될 소설일 것이다.

 

출판사 추천글

 SF 마니아들이 가장 사랑하며 복간을 기다려온 작품,
세계적 SF 작가 제임스 P. 호건의 대표작 드디어 복간!

달에서 5만 년 전 우주비행사의 시체가 발견되었다
우주복 안의 유골은 인류와 똑같은 호모 사피엔스
과연 그는 5만 년 전에 어떻게, 왜 달에 갔는가
상상을 뛰어넘는 반전의 결말과 인류 기원의 수수께끼


일본의 권위 있는 SF문학상 성운상을 세 번이나 수상한, 세계적인 SF 작가 제임스 P.호건의 대표작. 일본 SF 문학상을 수상하고, <기동전사 Z건담>, <신비한 바다의 나디아> 등 유명 애니메이션들이 앞다투어 오마주했고, 호시노 유키노부가 만화화해서 만화판 역시 2013년 성운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가까운 미래. 달에서 우주복을 입은 인간의 유해가 발견된다. 연대측정 결과 놀랍게도 그가 사망한 것은 5만 년 전. 온 지구가 발칵 뒤집힌 가운데 '찰리'라고 명명된 그 월인(月人)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대규모 조사단이 꾸려진다. 모든 분야 전문가들이 총동원되어 수수께끼의 해결에 몰두한다.

갈수록 퍼즐 조각은 점점 더 늘어난다. '찰리'의 동료들로 보이는 유해가 몇 구 더 발굴되고, 우주선의 잔해가 모습을 드러낸다. 마지막 순간, 조사팀의 핵심 인물들은 치열한 논쟁을 통해 마침내 월인의 수수께끼를 해결하기에 이르지만, 결말에 기다리고 있는 것은 그 모든 가설을 압도하는 놀라운 반전인데…

 

SF의 주인공, 과학의 귀환

 

제임스 P. 호건은 국내에서 아직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이웃 일본에서는 일본 SF 컨벤션 참가자들의 투표로 뽑는 일본판 휴고상이라 할 수 있는 성운상(星雲賞)을 세 번 수상할 만큼 인기를 얻은 작가이다. 1981년에 본서 《별의 계승자》를 시작하여 1982년에 《The Genesis Machine》 그리고 1994년에 《Entoverse》로 해외장편 부문에서 수상했는데, 이 중 《별의 계승자》와 《Entoverse》는 모두 ‘Giants’ 시리즈에 속한 작품으로 이 시리즈의 인기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호건은 1986년 제25회 SF 대회(DAICON5)가 개최되었을 때는 해외 게스트로 초청되기도 했다.
이런 인기는 다른 매체에서도 그 흔적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단적으로 SF 애호가인 안노 히데아키 감독의 <이상한 바다의 나디아> 마지막 제목이나 2005년 개봉된 극장판 애니메이션 <기동전사 Z건담>의 부제목은 모두 이 책의 일본어판 제목인 ‘별을 계승하는 자(星を繼ぐ者)를 사용하고 있다.
호시노 유키노부가 4부작으로 만화화하기도 했으며, 만화판도 2013년 성운상 코믹부문 수상을 했다.

 

이것이야말로 순수한 과학소설이다
아서 클라크는 이제 자리에서 내려와라!
- 아이작 아시모프

 

과학소설의 흐름은 스페이스 오페라 등으로 활기가 넘쳤던 1950년대를 지나 뉴웨이브가 등장한 1960년대로 이어졌다. 이는 외우주가 아닌 인간 내부의 세계인 내우주를 다루면서 통속화된 과학소설 장르의 한계를 벗어나고자 하는 움직임이었다. 이를 통해 과학소설 장르의 범위가 더욱 풍부해진 반면 판타지나 순문학과의 경계가 모호해졌고, 이 과정에서 과학과 기술은 과학소설의 중심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다.
1970년대가 되자 역시 과학소설의 주인공은 과학이어야 한다는 독자들의 갈망이 생겼고 이에 호응하는 작품과 작가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제임스 P. 호건의 《별의 계승자》도 바로 그런 작품 중 하나였다. 이 작품은 스타워즈 시리즈가 개봉한 1977년에 출간되었다.
달에서 약 5만 년 전의 것으로 밝혀진 인간의 시체가 발견되면서 시작되는 이 소설은 상호 모순되는 사실들과 의문점이 발견되자 과학자 집단들이 모여 그 해답을 풀어나간다는 내용이다.
이런 아이디어를 소재로 삼는 것은 《2001년 스페이스 오디세이》 등 이미 여러 다른 작품에서도 볼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작품들이 그런 발견을 계기로 인류가 외행성으로 진출하게 된다거나 새로운 진화단계로 넘어가는 등 다른 주제로 옮겨가는 경우가 많지만, 이 소설은 오로지 처음부터 끝까지 그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갈등관계와 그 해소라는 스토리텔링이 아닌, 증거와 논쟁점을 여러 개 나열하고 그걸 짜 맞춰가며 도출되는 단일한 결론과 그 전개 과정에서의 논란 같은 과학적인 아이디어를 정면으로 내세우고 있다. 마치 과학소설의 주인공은 바로 과학이라고 선언하는 듯 말이다.
그러므로 인류의 기원이나 전쟁, 외계인 등 상당히 스케일이 큰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대는 그 비밀을 풀려는 과학자들의 논쟁이 벌어지는 연구소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잠시 가니메데와 가니메데행 우주선으로 무대가 옮겨지기도 하지만 기본적인 주 무대는 크게 변하지 않는다.
이럴 경우, 자칫 명확한 클라이맥스가 없고 제시된 증거들도 도출되는 결론이 쉽게 예상되는 등 지루한 소설이 되기 쉽지만, 이 책은 한번 시작하면 끝까지 읽게 할 만큼 굉장히 흥미진진하다. 모든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안도했을 때 마지막 반전을 숨기고 있어서 ‘과학’이 주는 경이감이라는 장르 특유의 카타르시스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 책에서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과정은 한 편의 훌륭한 추리소설이라 할 만하다. 여러 정보를 제시하고 퍼즐을 맞추며 비밀을 밝혀 가는 추리소설 특유의 지적인 유희를 충분히 만끽할 수 있다. 특히 마지막에 모든 사람을 모아놓고 태양계에 걸친 트릭이 밝혀지는 부분에서는 추리소설의 독자들도 전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놀라운 점은 이 소설이 출간된 지 40년이 되었음에도 그다지 낡은 느낌을 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물론, 비행기 안에서 제트기를 예약하는 과정이라든가 DNA 검사로 단번에 해결할 수 있는 찰리의 인종 문제와 같이 현재의 과학기술과 다소 어긋나는 부분이 보이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빛바랜 느낌이 거의 없다. 이는 앞서 말한 것처럼 소설이 과학자들의 논쟁을 주로 따르고 있고, 그런 학자들의 세계는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어느 지인은 이를 두고
‘학회 SF’라는, 소설업계에선 존재해선 안 되는 장르를 제대로 개척했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물론 칭찬이다). 이렇게 소설의 단점이 될 수도 있는 부분을 활용하여 오히려 장점으로 만들고 있는 점은 저자의 뛰어난 재능일 것이다.
이렇게만 이야기하면 마치 이 소설이 굉장히 무미건조한 사실들의 나열로만 되어 있다는 느낌을 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주인공 헌트가 목성의 위성 가니메데에서 모든 사실을 깨닫는 장면에 대한 묘사 등을 보면 굉장히 시적이며 정서적인 감흥까지도 충분히 주고 있다.
한편 인물이 너무 정형화되어 있고 스토리의 나열에 그치는 느낌을 주는 서술방식 등 소설로써 결점과 한계도 뚜렷하다. 하지만 그런 흠에도 불구하고 읽는 독자를 빠져들게 만드는 힘과 매력이 그런 단점을 충분히 극복하고 있다.

 

호건은 이 작품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과학이 주는 경이감을 다시 맛볼 수 있는 과학소설의 재생을 이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본편의 성공에 힘입어 후속작으로 《The Gentle Giants of Ganymede》와 《Giants’ Star》를 통해 본서에 잠시 언급된 미네르바인이 그 후 어떻게 되었는지, 월인의 전쟁은 어떻게 벌어지게 되었는지를 그렸다. 또 이렇게 3부작으로 이야기를 완결 지은 이후에도 《Entoverse》(1991), 《Mission to Minerva》(2005)를 발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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