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많은 이들의 예상을 깨고 블리자드에서 <스타크래프트2(이하 스타크2)>의 베타 테스트를 공모한다는 소식이 들어왔다. 출시를 몇 번이고 늦추고 했던 전례를 생각할 때 내년에나 소식이 들어올까 말까 하던 것과는 상당히 다른 일이라 할까?

  그동안 여러 매체를 통해서 접한 "스타크2"는 기존과는 달리 3D로 제작되고 보다 다양한 유닛이나 개념들이 추가되어 있지만, 언제나 그렇듯 눈길을 끌었던 것은 2년 전 블리자드 행사에서 선보인 오프닝의 "마린의 탄생(?)"이었다고 할 수 있다.

  죄수의 두뇌를 개조하고 여기에 수많은 부품과 장비를 붙여서 만들어지는 '마린'의 모습은, 이제껏 싸구려 유닛으로만 생각되었던 마린의 모습을 매우 멋지게 연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들 마린의 장비가 매우 강력한 전투 강화복이라는 것 매우 충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마린'이라고 하면 싸구려이긴 하지만, "스타크"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 매우 독특하고 멋진 유닛이지만, 사실 이 유닛은(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스타크" 자체가) "워해머 40K"라는 테이블 게임을 모방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기도 하다.

  바로, "스타크"의 마린과 마찬가지로 "워해머 40K"를 대표하는 유닛, "스페이스 마린"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 사실 PC 게임 만으로 보면 "워해머 40K:던 오브 워" 쪽이 훨씬 늦게 나왔기 때문에, "워해머"가 "스타크"를 모방했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지만 실제론 워해머 40K 쪽이 압도적으로 오래 되었으며, "스타크"의 개발진 자신들이 "워해머"의 팬인 만큼 "스타크" 쪽에서 워해머의 아이디어를 따온 것이라 해야 한다.(실제로 제작진 소개에 보면 이에 대한 이야기가 추가되어 있다.) 물론, 그 워해머 역시 다른 곳에서 아이디어를 빌려오기도 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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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타크래프트의 마린. 육중한 장갑을 자랑한다. (스타크래프트 2) ]

  하지만, "스타크"를 대표하는 마린도, 그리고 "워해머40K"를 대표하는 스페이스 마린도 사실 원조라고는 할 수 없다. 왜냐하면, "스타크래프트"가 나오기 전, 그리고 "워해머 40K"보다도 수 십 년 전, 한 작가의 상상력 속에서 이들은 이미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스타크래프트, 마린의 원류... 밀리터리 SF의 대가, 로버트 하인라인

* 로버트 하인라인의 이력(Robert Heinl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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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버트 하인라인은 1907년 7월 7일 미주리주 버틀러의 작은 마을에서 7형제 중 셋째로 태어났다. 미주리주에서 대학을 거쳐, 애너 폴리스의 해군 사관 학교에 진학하여 5년 간 구축함과 수송기에서 근무했던 부동산, 건축업 등 다양한 사업에 손을 대고 1939년에는 캘리포니아 주의회 선거에 출마하기도 했지만, 7이 세 번이나 겹치는(스리 세븐^^)의 사나이(?)임에도 그다지 운은 좋지 않았던 듯, 이런 일에서 대단한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다른 '대가'들과는 달리 32세라는 꽤 늦은(?) 나이(1939년 8월)에 처음 SF 작가로 입문하였지만("어스타운딩 사이언스 픽션") 그 후엔 매우 활발한 활동을 하여 같은 필명으로 여러 편의 글을 동시에 싣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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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모프와 함께 일하던 연구소 시절 ]

  2차 대전이 일어났을 때는 필라델피아의 해군 연구소에서 고고도 압력복과 레이더 연구를 했는데, 동료인 아이작 아시모프에게 연구소 근무를 권하여 함께 근무한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전쟁이 끝난 이후에는 오직 SF 집필에만 전념하면서 수많은 청소년, 성인용 SF 작품을 선보였는데, 그 중에서도 1940년부터 집필을 시작한 '미래 역사(Future History)' 시리즈는 우리 인간 사회의 다양한 정치, 종교, 문화적인 요소 등을 매우 사실적이고도 충실하게 연출하여 단순한 오락물이 아닌 '정치 소설'이나 '문화 소설' 같은 수준으로 평가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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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인라인 분화구. 이와 함께 그의 이름은 영원히 남을 것이다. (위키피디아) ]

  "스타쉽 트루퍼스"를 비롯하여 네 편의 장편 소설로 각각 휴고상을 받았고, 미국 SF 작가들이 뽑은 최초의 대가(Grandmaster)로 선정된 그는 1988년 5월 8일 낮잠을 즐기다 마치 그대로 영원한 꿈 속으로 빠져 들고 말았는데, 그의 사후 NASA에서는 수많은 기술자와 과학자들에게 영향을 주었다는 점에서 '나사 메달'을 선정하였고, 심지어는 화성에 그의 이름이 붙은 분화구가 존재하기도 한다.

홈페이지 - http://www.nitrosyncretic.com/rah/index.html


  "스타쉽 트루퍼스"의 작가인 로버트 하인라인(애칭으로 밥 하인라인)은 "아이, 로봇"의 작가이자 과학자로서도 유명한 아이작 아시모프, 그리고 "2001년 스페이스 오딧세이"의 작가인 아서 C 클라크와 함께 20세기를 대표하는 SF의 대가(그랜드 마스터) 중 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단편과 장편을 포함 수많은 그의 작품 중 -SF팬들이 아닌 이들에게는- "스타쉽 트루퍼스" 외에 알려진 것은 많지 않지만, 1960년 미국에서 출간된 이래 전 세계 수많은 언어(물론 우리나라의 한글로도) 번역되어 출간되었고 영화 만이 아니라 애니메이션, 게임 등 수많은 매체로 선보인 이 작품 하나 만으로도 그는 SF(특히 밀리터리 SF)에 국한하지 않고 과학 등 수많은 분야에 절대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그의 작품은, 때로는 예언서라고 불릴 정도로 사실적인 세 대가들의 작품 중에서도 특히 사실성이 높고 마치 정말로 재현될 것 같은 느낌을 주곤 하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것은 그의 작품 만이 아니라 SF 사상 가장 실현 가능성이 높은 아이디어 중 하나로 인정받고 있는  '파워드 슈트(Powered Suit, 강화복)'.

  그의 소설 "스타쉽 트루퍼스"에서 처음 선보인 이래 다른 많은 SF 소설에서 차용되었고, "기갑창세기 모스피더", "버블검 크라이시스" 등의 애니메이션이나 만화, 영화, 그리고 "워해머 40K"(스페이스 마린)나 "스타 크래프트"(마린)를 비롯한 수많은 작품에서 선보이는 이 시스템은, SF에 국한하지 않고 실제로도 많은 나라에서 실현하기 위한 연구가 계속되고 있다.

미국에서 연구 중인 BLEEX. 아직 다리 밖에 없지만 꾸준히 개량되고 있다.
[ 미국에서 연구 중인 BLEEX. 아직 다리 밖에 없지만 꾸준히 개량되고 있다. (미국 버클리대학 홈페이지) ]

  이렇듯 소설에서 선보인 상상의 아이디어를 다른 작품 만이 아니라, 실제로 사용하기 위해 연구 중인 것은, 로버트 하인라인의 아이디어가 그만큼 사실적이고 실용 가치가 높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전쟁을 소재로 다루는 작품이 수없이 많음에도 유독 "스타쉽 트루퍼스" 만이 밀리터리 SF의 대표작으로 불리는 것은 모두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 '마린의 원류'라는 말에 이의를 제기하는 이들이 있을지 모르지만, 사실은 마린 만이 아니라 저그의 설정 역시 "스타쉽 트루퍼스"에서 나왔다고 할 수 있다. 개발진 역시 이를 인식하고 있는 듯 제작진 소개에 "Thanks to Robert Heinlein(하인라인에게 감사한다.)"고 명확하게 밝히고 논란의 여지는 없을 것이다.)

* 강화복(Powered Suit)

[ 조종간 두 개 만으로 조작하는 철인 28호. 이렇게 조종하려면 엄청 머리가 아플 것이다. (철인28호 황제의 문장) ]
[ 조종간 두 개 만으로 조작하는 철인 28호. 이렇게 조종하려면 엄청 머리가 아플 것이다. (철인28호 황제의 문장) ]


  "강화복의 이점은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 스타쉽 트루퍼스 중에서...

  강화복이란 인간의 움직임을 몇 배, 혹은 몇 십 배나 심지어는 몇 천배로 강하게 해 주는 장비를 말한다. 조이스틱이나 핸들 같은 조종 장치를 사용할 필요 없이 마치 갑옷이나 옷처럼 그냥 입고 움직이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이건 이렇게 움직여야지'라고 생각하지 않고 편하게 쓸 수 있다는 것이 이점.

  "건담"이나 "마징가Z" 같은 로봇을 조종해서 싸우려면 격투 게임에서 콤보나 필살기를 넣을 때처럼 조종간과 버튼을 사용해야 한다.(이를테면, 초필살 펀치는 ↑↑↓↓LRLR...)

  하지만, "태권V"나 "에스카플로네"처럼 조종사의 움직임을 그대로 따라하는 로봇은 단지 자기가 움직이고 싶은 대로 움직이는 것으로 충분한 것이다. 조종석 안에서 태권도를 하면 로봇이 그대로 태권도를 하고, 칼을 든 것처럼 팔을 휘두르면 그대로 칼을 휘둘러 적을 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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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츠쿠바 대학의 HAL-5. 쌀가마를 몇 개나 들고 자유롭게 걸을 수 있다. (일본 야후 뉴스) ]

  강화복은 이처럼 걷거나 팔을 휘두르기만 하면 사용할 수 있는 강력한 갑옷이다. 강화복은 평소 쌀 한 가마도 못 들고 비리비리 대는 사람을 한 순간에 삼손이나 슈퍼맨으로 만들어 준다.

[ 강화복은 이렇게 강력한 무기를 사용하게 한다. (레드아이즈) ]
[ 강화복은 이렇게 강력한 무기를 사용하게 한다. (레드아이즈) ]

  그래서, 강화복 시스템은 무지막지하게 무거운 마린이나 스페이스 마린의 갑옷을 입은 채 날고 뛰고, 터미네이터나 쓸 만한 가우스 라이플을 마구 난사하게 해 준다.(물론, 공사장 같은데서 위험한 작업을 할 때도 도움이 된다.)

탱크 버그의 공격으로 간단하게 부상을 입는 병사. 강화복이 있다면 이런 위험은 줄어들 것이다. (스타쉽트루퍼스)
[ 탱크 버그의 공격으로 간단하게 부상을 입는 병사. 강화복이 있다면 이런 위험은 줄어들 것이다. (스타쉽트루퍼스) ]

  강력한 생명체인 저그를 쓸어버리고, 오크들과 육박전을 벌일 수 있는 건 모두 강화복 덕분. 만일 SF에서 강화복이 없다면, 에일리언이나 프레데터 같은 생물들과 싸워서 살아남기는 힘들 것이다.

(* 사실 병사들에겐 무기나 갑옷 외에도 무전기나 화생방 장비, 그리고 식량이나 물 등 매우 다양한 물건이 필요하다. 여기다 우주에서 싸우는 병사라면 보통 100~200kg 정도 되는 우주복을 입어야 한다. 이래서는 싸우기는 고사하고 서 있기도 힘들 정도. 그렇기 때문에 강화복 같은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하인라인의 발상은 정말로 놀랍다고 할까?)


스타쉽 트루퍼스와 하인라인
  Mr. SF라는 별명을 갖고 있으며, SF의 대가라 불리는 만큼 하인라인은 매우 다양한 작품들을 선보였다. SF, 판타지 분야의 최고 상이라 할 수 있는 휴고 상 만도 네 번이나 받았을 정도.
  
  그런데도, 그 중에서도 "스타쉽 트루퍼스"가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이 작품이 '강화복' 같은 개념으로 큰 영향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작품 전반에서 하인라인 특유의 정치색이 매우 강렬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스타쉽 트루퍼스(우주의 전사)"라는 제목 그대로 우주에서 싸우는 군대의 이야기를 그린 이 작품은 단순히 버그라는 외계인과 벌이는 전쟁 만을 다루는 게 아니라, 이른바 하인라인식의 이상적인 사회와 군대 체제를 매우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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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개 태형을 당하는 주인공. 그의 작품에선 이처럼 엄격하고 즉시적인 형벌을 옹호하는 내용이 많다. (스타쉽 트루퍼스) ]

  오랜 옛날, 군대를 나오지 않은 이들은 시민권을 갖고 있지 않으며, 선거에 참여할 수도 없는 사회. 잘못을 저지르면 나이에 관계없이 엄격한 처벌을 받는데 교도소나 소년원에 보내는 것이 아니라 싱가포르처럼 공공장소에서 태형(곤장이나 채찍 등) 등 직접적인 처벌을 가하는 사회. 그리고 무엇보다도 군인들이 사회의 엘리트로서 대우받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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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늘어선 군대. 이런 연출이 '군국주의'적인 요소를 더욱 강하게 느끼게 해 준다. (스타쉽 트루퍼스) ]

  말하자면 고대 로마 제국 같은 그런 사회의 모습을 하인라인은 이 작품에서 그리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것이 옳다'고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하인라인은 "군국 주의자" 등으로 불리기도 하지만, 스스로 선택한 '시민'들에 의해서 매우 직접적인 형태로 처벌이 이루어지는 하인라인의 정치 체제는 그후 상당히 많은 작품에서 답습하고 한편으로는 비판하면서 그의 영향력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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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란 속에 후퇴하는 지구군. 원작과는 상당히 다른 분위기를 준다. (스타쉽 트루퍼스) ]

  한편, 하인라인의 작품을 바탕으로 제작한 헐리우드의 영화 "스타쉽 트루퍼스"는 이런 요소를 아주 교묘하게 뒤집어서 비꼬고 있다. 헐리우드판 "스타쉽~"에서는 하인라인의 걸작 아이디어인 '강화복'도 등장하지 않고, 병사들은 엘리트라기보다는 상당히 덜떨어진 느낌을 준다.
  버그 따위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이 멋지게 출전하지만, 처참한 패전 속에 사령관마저 벌레 먹이가 되고, 80만에 이르던 군대는 거의 전멸... 장군이라는 자가 겁에 질려서 '우린 죽을 거야' 라며 미쳐 날뛰다 허무하게 죽어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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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광하는 장군을 사살하려는 대령. 원작에서 보여지는 엘리트군대의 모습은 전혀 찾을 수 없다. (스타쉽 트루퍼스) ]

  '강화복' 따윈 없는 병사들은 간단하게 상처입고 죽어버리고, 고작 기관총(모리타) 한자루만 갖고 있는 그들은 한 마리의 버그를 잡기 위해 여러 명. 심지어는 수십 명이 몰려들어 공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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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두 마리의 버그를 잡기 위해 몰려든 병사들. 강화복이 있다면 이럴 필요는 없을 것이다. ]

  개미처럼 쏟아져 나오는 -마치 살아있는 듯한- 버그들의 연출이나, 방송을 통해 군국주의적인 느낌을 보여주는 것은 원작을 충실히 따랐다고 할 수 있지만, '강화복'이라는 요소 같은 게 빠졌다는 점에서 아쉽다고 할까?

  최근 비디오물로 만들어진 "스타쉽 트루퍼스 3 머로더"에서는 머로더라는 이름의 강화복이 등장하여 강력한 위력을 선보이지만, 영화 전체의 매력이 떨어지는 만큼 눈길을 끌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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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디오물로 선보인 3편. 머로더. 강화복이 나오긴 하지만 원작에서의 그것과는 조금 거리가 멀다. ]

  결국 "스타쉽~"에서 보여주고자 했던 엘리트 강화복 기동 보병의 분위기나 모습은 "워해머 40K" 같은 작품에서 더욱 충실하게 볼 수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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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마의 군단을 보는 듯한 워해머40k의 스페이스 마린. 이것이야 말로 하인라인이 꿈꾼 엘리트 군대가 아닐까? (워해머40k 설정 일러스트) ]

  하지만, "스타쉽~"을 원작으로 만든 작품 모두에서 강화복이 나오지 않는 것은 아니다. 1989년 일본에서 제작된 애니메이션판(우주의 전사-宇宙の戦士-)에서 -비록 버그가 아닌 다른 외계인이 나오긴 하지만- 장거리 점프도 할 수 있는 멋진 분위기의 강화복이 선보이고 있으며 3차원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러프넥판 "스타쉽 트루퍼스 연대기"에서는, 원작의 이야기와 설정을 바탕으로 보다 충실한 작품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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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라이즈판 애니메이션 스타쉽 트루퍼즈에 선보인 강화복. 상당히 멋질 뿐만 아니라 사실적으로 그려졌다. (선라이즈/우주의 전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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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프넥판 스타쉽 트루퍼즈 연대기. 소설의 설정을 바탕으로 충실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

  또한, 아타리에서 출시되었던 실시간 전략 게임 판 "스타쉽 트루퍼스"에서도 일부이기는 하지만 비디오판 "스타쉽 트루퍼스 3"에서 등장한 머로더와 비슷한 강화병 부대가 등장하여 전투에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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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타리에서 출시한 스타쉽 트루퍼스. 게임성이 꽤 떨어지는 편이라는게 아쉬울까? (아타리/스타쉽트루퍼스 게임) ]

대가(Grand Master)로서의 로버트 하인라인

  앞서 이야기했듯 로버트 하인라인은 강화복, 그리고 저그와 같은 개미 같은 외계인과의 대결을 그러나간 작품 <스타쉽 트루퍼스> 만으로도 많은 작품에 영향을 주고 가능성을 남겼지만, 그 외에도 -우리나라에 소개된 것만으로도- 수많은 명작을 남기며 '대가(Grand Master)'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활약상을 보여주었다.

  '밀리터리 SF의 대가'라는 명성 답게, 그에게는 전쟁이나 정치 대결 등을 그린 작품이 많고(가령 조만간 황금가지 출판사에서 재출간한다는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 같은 작품은 달을 무대로 펼쳐지는 독립 전쟁과 관련하여 매우 다채롭고 이색적인 정치, 물리적 수단들이 흥미롭게 펼치며 아시모프의 <로봇 도시> 시리즈와 더불어 우주 식민지와 지구 간의 대결 상황을 그린 여러 작품에 영향을 주었다.) 첩보물이나 그야말로 톰 클랜시의 작품보다도 흥미로운 액션 스릴러 스타일 작품이 많지만, 한편으로 <은하를 넘어서>처럼 어린이나 청소년들에게 꿈을 심어줄 수 있는 -그러면서 작품으로서의 완성도는 손색이 없는- 작품들도 많다.

  
  한 소년이 우주로 나가겠다는 꿈을 갖고 노력한 끝에 우주 여행을 할 뿐만 아니라 지구를 구한다는 내용의 이 작품은, 특히 "우주복"이라는 도구가 이야기에 매우 중요한 장치로서 등장하는데, 여기서 등장하는 '개조 우주복'을 이용한 주인공의 모험담은 아폴로는 고사하고 유리 가가린이 우주로 떠나기 전인 1958년에 선보였음에도 너무도 사실적으로 진짜 우주에서 모험을 하는 듯한 현실성과 흥미를 준다.
(특히, 경품으로 얻은 껍질 뿐인 우주복을 하나하나 채워나가며 완성하는 과정이나 실제로 우주복을 써먹는 과정은 마치 우리가 직접 체험하는 듯한 현실감을 준다.)

  이처럼 '미지의 세계(우주의 어딘가)'에서 위기에 직면한 사람들(대개는 어린이나 청소년)이 재치를 발휘하여 운명을 개척하는 이야기들은 로버트 하인라인의 여러 작품에서 종종 등장하는 주제이기도 하다.

  <은하를 넘어서> 외에도 근래에 오멜라스에서 선보인 <므두셀라의 아이들>이나 우주판 15소년 표류기 같은 <하늘의 터널>같은 작품에서 이런 이야기가 자주 등장하는데, 그것은 한편으로 심신의 발전과 모험 정신을 모토로 탄생한 "보이 스카웃"을 SF 무대로 재현한 듯 즐거움을 주고 독자들의 모험 정신에 불을 일으키고 미지 세계에 대한 흥미를 더해준다.

  "미지의 세계에서 살아남는 것은 만용을 버리고 항상 주의를 기울이는 것". 여러 작품에서 그는 이렇게 말하지만, 동시에 어떤 어려움이든 부딪쳐서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 SF 세계의 "로빈슨 크루소"가 된 듯한 재미를 준다. 더더욱 재미있는 것은 이렇게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써먹는 기술이 SF에서 흔히 나오는 상상 과학(다시 말해 작품 속에서만 쓸모 있는 과학)이 아니라, 때로는 지금 이 순간에도 쓸 수 있는 지극히 평범하고 간단한 과학적 지식이니, 가히 "SF의 맥가이버"라고 해도 좋지 않을까?


  로버트 하인라인은 어떠한 미지에 부딪쳐도 극복해나가는 모험 정신으로 가득한 보이스카웃을 그려나간 작가이다.

  <스타쉽 트루퍼스>에서 버그라는 강력한-그리고 미지의- 적수와 대결하여 극복하는 상황과 <하늘의 터널>에서 외계의 밀림을 헤치며 생존하는 모습은 일견 다르게 보이지만, 결국 그 내면은 항상 굴복하고 않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이들만이 미지의 역경을 극복할 수 있다는 도전 정신이 담겨 있으며, 기술 그 자체도 중요하지만 더더욱 중요한 것은 '인간의 희망과 용기'라는 것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하인라인은 이색적인 작가가 할 것이다.

  하지만, 한편으로 생각하면 그런 하인라인의 생각이야 말로 미지에 도전하는 우리들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아닐까?

  아폴로 1호의 참사 사건에 대해 당시 동료는 "상상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우주에서 사고가 날 것은 예상했지만, 지상에서 연습 중에 사고가 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그런 점에서 가장 안전하기라 생각했던 자기 집 뒷뜰에서 우주선에 납치(?)되어 외계인과 대결하고 지구를 파멸의 운명에서 구해내기도 하는 <은하를 넘어서> 같은 작품은 정말이지 상상 속에 보여줄 수 있는 모험의 극한을 보여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처럼 예상치 못한 미지의 사건에서 오직 '용기와 희망'... 그리고 포기하지 않는 도전 정신으로 극복하는 여러 인물들의 모습은 우리에게 상상의 가능성을 더해줄 것이다. 물론, 우리가 어느날 집 뒷뜰에서 외계인에게 납치되는 일은 없겠지만...


로버트 하인라인 작품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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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넘쳐나는 작품들... 그의 소설 작품을 모두 헤아리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

  SF의 3대 대가이자, Mr.SF라고 불리었을 만큼 그의 작품은 워낙 광범위한 영역에 걸쳐 있기 때문에 이들 모두를 소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때문에 여기서는 국내에 번역되어 출간된 소설을 중심으로 간략히 소개해 본다.


소설
  스타쉽 트루퍼스가 2번에 걸쳐 발매되었을 정도로 그의 소설은 SF계에서는 꽤 정평이 있는 편이다. 그의 작품이 가장 먼저 번역된 것은 TV물로 제작되기도 했던 "우주선 갈릴레오호(Rocket Ship Galileo).(1962년 아동용으로 번역되었는데 물론 지금은 구할 수 없다. 그 밖에도 그의 작품은 상당 수가 아동용으로 번역되었다.)

  그의 소설은 아동용과 성인용을 가리지 않고 매우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특히 '정말로 실현될 듯 한 느낌'으로 인해서, 독자들에게 깊은 영향을 주고 있다. "스타쉽~"의 강화복도 그렇지만, "은하를 넘어서" 같은 작품은 '우주복 하나의 가치'를 매우 충실하게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에(사실상 우주복으로 인해 지구를 구한다.) 우주여행을 꿈꾸는 청소년들이라면 반드시 볼만한 가치를 갖고 있다고 할까?

  그의 작품은 여러 번 다시 나오기도 했지만, 여기서는 가장 최근에 나온 번역판 만 소개한다.(앞의 년도는 원작의 출간 년도. 뒤는 국내 출간 년도)

1. 방황하는 도시 우주선(Orphans of the Sky) - 1941. 학원 출판사(1987)
2. 우주선 갈릴레오호 - 1941. 홍자 출판사(1969)
3. 22세기 우주 경찰 학교(Space Cadet) - 1948. 고려원 미디어(1996)
4. 초인부대(Gulf) - 1949. 아이디어 회관(1975)
5. 붉은 혹성의 소년(Red Planet) - 1949. 광문사(1983)
6. 꼭두각시의 비밀(The Puppet Masters) - 1951. 고려원미디어(1995)
7. 우주전쟁(Between Planets) - 1951. 광음사(1981)
8. 하늘의 터널(Tunnel in The Sky) - 1955. 한뜻(1995)
9. 시간의 블랙홀(Time for the Stars) - 1956. 한뜻(1995)
10. 여름으로 가는 문(The Door into Summer) - 1956. 잎새(1992)
11. 은하를 넘어서(Have Space Suit - Will Travel) - 1958. 한뜻(1996)
12. 스타쉽 트루퍼스(Starship Troopers) - 1959. 행복한 책읽기(2005)
13. 스트레인저(Stranger in a Strange Land) - 1961. 가서원(1992)
14.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The Moon is a Harsh Mistress) - 1966. 잎새(1992)
15. 프라이데이(Friday) - 1982. 시공사(2005)
16. 므두셀라의 아이들(Methuselah's Children) - 1941. 오멜라스(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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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오멜라스에서 선보인 므두셀라의 아이들. 역시 새로운 운명을 개척하는 모험 정신에 가득찬 작품이다. ]

영상(영화/애니)
  아이작 아시모프 같은 다른 '대가'의 작품들이 그렇듯, 하인라인의 작품 역시 그 명성에 비해 영상화 된 것은 그다지 많지 않다. 1950년대에는 "우주선 갈릴레오호"(1950) 같은 작품들이 TV물 등으로 제작되기도 했지만, 그다지 많지 않은 편.
  역시, "스타쉽 트루퍼스" 만이 애니메이션(1989, 우주의 전사), 영화(1997), 3D애니메이션(1999) 등으로 제작된 정도. 특히 "스타쉽"의 인기는 굉장해서 그후 비디오물로 속편이 제작되고 3편(스타쉽 트루퍼스 : 머로더)가 제작되기도 했다.
  여기서는 80년대 이후의 작품만 간략히 소개한다.

1. 우주의 전사(宇宙の戦士) - 1989. 일본. 극장판 애니메이션. 아미노 테츠로 감독. 150분.(국내 비디오 출시)
2. 레드 플래닛(Red Planet) - 1994. 미니 시리즈.(발 킬머 주연의 영화와는 무관하다.)
3. 에일리언 마스터(The Puppet Master) - 1994. 스튜어트 옴 감독. 도널드 서덜랜드, 에릭 덜 등. 109분.(국내 비디오 출시)
4. 러프넥 : 스타쉽 트루퍼스 연대기(Roughnecks: The Starship Troopers Chronicles) - 1999. TV 애니메이션(3D CG제작).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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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PS 판으로 제작된 스타쉽 트루퍼스 ]

  영상화된 게 많지 않은 만큼 게임도 몇 개 안되어(물론 영향을 준 작품은 "스타크래프트"를 포함하여 수없이 많지만) 스타쉽 트루퍼스의 게임 만 2종이 제작, 출시되었다.

  이 중 RTS판 게임은 국내에서도 출시되었지만 그다지 눈길을 끌지 못했고(항상 있는 일이지만 "스타크"의 모방이라는 말을 들었다. 물론 설정 만은 스타크보다 먼저겠지만, 게임 자체는 솔직히 그다지 좋다고 하기 힘들었다.), 2005년에는 역시 헐리우드 영화판을 바탕으로 FPS 판의 게임이 제작되었지만, FPS라기보다는 사격 게임을 하는 듯한 느낌으로 역시 호평은 받지 못했다.
(하지만, 2007년에 스페셜 에디션으로 다시 나오기도 했으니 나름대로 눈길은 끈 것일까? 개인적으로는, 영화가 아닌 원작을 바탕으로 한 게임이 나왔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1. 스타쉽 트루퍼스 : 테란의 우세(Starship Troopers: Terran Ascendancy) - 2000. 아타리. RTS.
2. 스타쉽 트루퍼스(Starship Troopers) - 2005년. 스트레인지 라이트 리미티드. FPS.
(이 작품은 2007년에 스페셜 에디션으로 더욱 개량되어 출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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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탱크 버그를 노리는 총구. FPS라기보다는 사격 게임을 하는 느낌을 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