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소개/추천
여러분이 보신 작품 중에서 좋은 작품을 소개해 주세요.
장르 | SF, 스릴러, 추리, 로맨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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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감독 | 배명훈 |
나라 | 체코 |
번역자 |
[1]주인공의 선택
사람들을 상대하다보면 많은 것을 느끼게 된다.
똑같은 일. 똑같은 나날을 기계적으로 반복하다보면 무신경해지고 무의미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삶을 10년 넘게 지속해오면서 평범하게 살아왔다.
단 한 순간도 빛날일이 없는 무미건조한 무채색의 인간. 위에서 시키는대로 할 수 밖에 없는 타의지향적인 공무원, 직장인같은 사람.
무채색의 인간으로 존재하였고, 앞으로 그럴 예정이었던 한 사내는 과거 스쳐지나가는 인연 이상으로 큰 존재였던 그녀를 만나게 되면서
지키기 위해 움직인다.
이것이 은닉의 시작이다.
처음엔 다짜고짜 과거에 같은 학교 학생이었던 미스테리한 여자애를 위해서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일을 자처한다는 사실이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읽으면 읽을수록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간간히 등장하는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을 통해 그(킬러)에게 있어서 여자애.
은경은 특별한 존재였음을 알 수 있게 되었다.
그저 나 자신을 위해 남을 죽이는 일은 10년넘게 해왔으면서, 정작 자신을 아는 이는 죽이는게 두려웠을 수도 있다.
두렵다기보다는 전부터 느끼던 그녀와 자기자신의 차이때문이였을 것이다.
빛과 어둠. 서로 상반되지만 공존할 수 밖에 없는 존재.
그녀를 보는 것만으로도 왠지모를 껄끄러움이 느껴졌던 것은,
자신은 결코 저렇게 저런 삶을 살 수 없을 것이란걸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본능적으로 말이다. 본능을 억누르고 10년간 평범한 삶을 살았던 무채색범벅인 그에게 있어서 은경은 단 한줄기 구원의 빛이 였기에 은경을 기다려왔는지도 모른다.
삶을 살아가면서 자신이 하지 못했던 것에 대해서 되돌아보게 되는 때가 있다.
그 때를 많은 이들이 인생의 '전환점' 갈림길이라고도 부른다. 그는 그 때가 오자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선택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나도 똑같은 상황에 처해있다면 마음에 품고 있던 사람을 위해 인생 전부를 받칠 수 있을까? ...답할 수 없었다.
[2]제목
과감한 선택을 한 주인공.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은닉>이라는 제목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평범한 공무원과도 같은 일을 하는 일반인, 킬러가 무언가를 숨기려고 하는가?
처음엔 은닉. 단어 자체의 의미 그대로 인식했었다. 어떤 물건을 숨기려고 하는 거구나 라고 말이다.
내용이 전개되면서 사람의 마음이란 걸 알았다. 그 누구에게나 자신의 생각은 중요하다.
그런 생각을 꿰뚫어 본다면 소름끼치는 일이 아닌가?
각자 자신의 마음을 들키지 않게 숨기고 있고 들키지 않으려고 한다.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한 두겹의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것처럼 은닉하려고 한다.
마음을 은닉하라. 들키지 않게 숨겨라. 가 내가 느낀 제목의 뜻이었다.
[3] 배경+마무리
단 한번도 가지 않았지만 체코의 이미지가 그려지는 듯 했다. 하얗고 무거운 침묵의 나라.
이 소설이 매력적인 이유는 여러가지이지만, 그 중에 하나를 꼽으라면 어떤 장면에서든지... 어떤 상황이던지...
인간의 심리에 대해서 생각하게끔하고, 그 심리와 배경이 맞물려 고혹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킬러라는 특수한 위치에 있는 사람도 우리와 별다를 바 없는 인간이라는 것을 보여주면서 차갑게만 느껴지는,
체코에서 배명훈작가님은 조곤조곤 나지막하게 그 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처음엔 무관심하게 이야기를 듣다가 이야기가 점점 진행이 될수록 정신은 아득해져간다.
SF소설을 별로 읽지 않아서 거부감이 있는 나에게도 아무런 거부감이 다가와 새로운 세계.
미궁을 보여주었다. 그 미궁을 헤메다 나오자 마자 연극이 시작 되고, 그 연극을 보게 된다.
막이 오른 무대에서 펼쳐지는 숨막히는 두뇌플레이. 사람과 사람의 이야기.
보면 볼수록 다시금 미궁에 빠지게 하는 상황. 그 곳에서 깨어난다. 연극의 막이 내리며 종결을 고한다.
[4] 느낌
배명훈 작가님의 <은닉>
SF적인 요소는 약간 거부감이 들었지만 보면 볼수록 빠져들어가게끔 하는 흡입력과 아득해져가는 전개력에 감탄했습니다.
배명훈 작가님의 작품중에서 처음으로 읽게 된 작품이라 처음엔 생소한 작가님 이름에 "재밌으려나?" 라고 의문을 가지고 있었지만,
지금은 "전작도 봐야겠다." 라고 인식의 변화가 왔습니다. 물론, 새로운 작품은 무조건 구매를 해야겠습니다!!
아, 그리고 평소에 글귀 같은 것도 별로 쓰지 않는데, 처음으로 서평을 써보아서 어색하네요. 부족한 서평으로 폐를 끼치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너무나 재미있게 읽었기에 이렇게 서평을 남깁니다!!
전작들은 느낌이 좀 다를 거에요^^; 원래 배명훈님이 재기발랄한 단편으로 유명하신 분이라... 여튼 찾아보시면 후회하지 않으리라 믿습니다.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