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9일. 세계 각지에서 많은 사건이 있었습니다만, 68년 6월 9일 로마 황제 네로가 자살한 사건만큼 인상적인 일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흔히 알려진 것처럼 폭군이라기보다는 일반인과 취향이 꽤 다른(?) 인물이었던 네로는 초대 황제인 아우스구스투스가 바라던 고결한 혈통의 계승자였지만, 그 지나친 정책이 사람들의 불만을 사서 결국 쫓긴 끝에 자살하고 맙니다. 그 자살한 날짜가 기묘하게도 첫 아내인 옥타비아와 결혼한 날(53년 6월 9일)이자 옥타비아에게 자살을 명한 날(62년 6월 9일)이라는 게 눈길을 끕니다.

  로마 시민은 ‘예술을 사랑한다.’라고 자칭하면서 서민들과는 취향이 너무 다른 네로 황제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지만, 옥타비아만큼은 사랑했다고 합니다. 만일 네로가 옥타비아를 몰아내지 않았다면 자살까지 가는 비극은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한편, 네로는 그리스도교도에게 증오의 대상이기도 합니다. 이는 네로가 여러 가지 문제 거리를 그리스도교도들의 책임으로 전가하여 박해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중에는 실제로 그리스도 교도의 잘못도 꽤 있었다고 합니다만.) 그래서 네로를 악마의 사도라고 칭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실제의 네로는 괴팍하긴 했지만 사악한 인물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서민들의 취향과는 달랐지만, 확실히 로마의 예술 수준을 높이는 데 이바지했고 나름대로 선정을 하고자 한 것은 사실입니다. 다만, 사람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지나치게 자기 취향만을 중시했다는 것이 나빴습니다. (정숙한 아내 옥타비아를 몰아낸 것도 그러한 충고를 무시한 사례 중 하나입니다.)

  위정자는 항상 다른 이들의 의견을 듣고 모두의 목소리를 포용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뜻이 되겠지요.
 
  6월 9일 SF나 과학 분야에서 특별한 사건은 보이지 않지만, SF 관련의 인물은 많이 태어나고, 또한 죽었습니다. 이날 태어난 SF 작가로서는 역시 조 홀드먼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그는 로버트 하인라인의 <스타쉽 트루퍼스>와 비슷한 스타일의 우주 전쟁물 <영원한 전쟁>을 썼는데, 베트남 전쟁이라는 현실 속에 하인라인의 작품과는 상반된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전쟁에 대한 혐오와 비판으로 가득한 작품이 등장했습니다.
 
  한편 일본에서는 아리카와 히로라는 작가가 태어나기도 했습니다. ‘성인을 위한 라이트 노벨 작가’를 자칭하는 아리카와는 <도서관 전쟁>으로 성운상을 타기도 했는데, 일반적인 라이트 노벨과는 달리 하드 커버로 출간되는 데다 만화풍의 일러스트가 없다는 점에서 일반 문학 독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작품으로 알려졌습니다.

  2008년 <도서관전쟁>이 성운상을 획득한 것에 대해 일부 SF 팬은 ‘라이트 노벨이 성운상을 수상한 것은 일본 SF가 몰락했다는 증거’라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아리카와 히로의 작품을 라이트 노벨이라 볼 수 있는가 없는가라는 논쟁에 관계없이, 일찍이 <더티페어>, <은하영웅전설>, <기신병단>, <성계의 문장> 같은 라이트 노벨 스타일 작품이 성운상을 획득한 사례가 많다는 점을 생각해 볼 때 타당한 의견이라 하기 어렵지요.

  근래에 들어 라이트 노벨 출신 작가의 작품이 성운상을 획득하는 사례가 늘어나는데, 그들 작품이 이제껏 어떤 일본 SF보다도(또는 미국의 명작 SF와 비교해도) 결코 수준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생각하면, <도서관 전쟁>을 비롯한 라이트 노벨 출신 작가가 성운상을 휩쓰는 것은 그만큼 일본 SF가 대중적이고 폭넓은 장르가 되었다고 생각하는 게 맞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한편  이 날과 관련된 작가라고 하면 찰즈 디킨즈를 빼놓을 수 없겠군요. 그의 작품 대부분은 장르 작품이 아니라 사회 작품이지만, 그의 작품 <크리스마스 캐롤>은 당대의 사회 현실만이 아니라 독특한 상상력으로 많은 이에게 영향을 주었답니다.
 
 
  그럼 오늘의 SF, 오늘은 어떤 일이 있었을까요?


< 오늘의 SF, 간략사 >
 
1870년 06월 09일
  <크리스마스 캐롤> 등으로 알려진 영국의 소설가, 찰스 디킨스(Charles John Huffam Dickens) 사망하다. 향년 58세.
 
1925년 06월 09일
  미국의 SF 작가, 키스 로우머(John Keith Laumer) 태어나다.
 
1943년 06월 09일
  <영원한 전쟁>으로 알려진 미국의 SF 작가, 조 홀드먼(Joe William Haldeman) 태어나다.
 
1972년 06월 09일
   <도서관 전쟁> 등으로 알려진 일본의 소설가 아리카와 히로(有川浩) 태어나다.
 
 
< 오늘의 SF >

1870년 06월 08일
  영국의 소설가, 찰스 디킨스(Charles John Huffam Dickens) 사망하다. 향년 58세.
 
  1812년 2월 7일 영국 포츠머스에서 태어난 디킨스는 어릴 때는 비교적 안정적인 환경에서 자라났지만, 점차 가세가 기울어 12살 때부터 구두약 공장에서 일하며 돈을 벌어야 했다. 변호사 사무실의 사환을 거쳐, 신문사 속기 기자가 된 디킨스는 런던의 삶에 대한 여러 편의 글을 발표했고, <픽위크 클럼>으로 일약 스타 작가가 되어 활동을 계속했다.
  <위대한 유산>, <데이비드 커퍼필드>같은 자전적인 작품 외에 <올리버 트위스트>, <두 도시의 이야기> 등 여러 작품으로 눈길을 끌었는데, 그의 작품은 마치 그 시대의 현실 그 자체를 드러낸 듯한 느낌으로 그가 사망했을 당시 한 신문은 “그의 소설은 정치나 뉴스 같다. 마치 사회적인 사건인 것처럼.”이라는 평을 남기기도 했다.
  그의 작품 중 하나인 <크리스마스 캐럴>은 환상적인 색채를 농후하게 드러내어 훗날 여러 환상 문학 작가들에게도 영향을 주었고, 타임머신풍의 이야기에도 이바지한 것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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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에 의해 애니메이션으로 완성된 크리스마스 캐롤. ]
 

1925년 06월 09일
  미국의 SF 작가, 키스 로머(John Keith Laumer) 태어나다.
 
1925년 06월 09일~1993년 01월 23일.
  미국의 SF, 판타지 작가.

  거대한 슈퍼 전자 볼로가 활약하는 시리즈물로서 대중적인 인기를 모으고 다양한 작품에 영감을 주었다.


관련 링크 : 키스 로머의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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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3년 06월 09일
  미국의 SF 작가, 조 홀드먼(Joe William Haldeman) 태어나다.

  1943년 06월 09일생

   미국의 SF 작가.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사람으로 이를 바탕으로 <스타쉽 트루퍼스>의 오마주이기도 한 <영원한 전쟁>을 통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 밖에도 꾸준한 활동으로 휴고상, 네뷸라상을 각각 5번씩 수상하기도 했다.


관련 링크 : 조 홀드먼의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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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년 06월 08일
  일본의 소설가 아리카와 히로(有川浩) 태어나다.

  1972년 06월 09일 생. 

  일본의 작가. SF 외에도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선보인다. 자칫 심각한 주제를 친근한 캐릭터를 통해 편안하게 볼 수 있도록 만드는 작가.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검열'을 주제로 한 작품 <도서관 전쟁>으로 기억된다.


관련 링크 : 아리카와 히로의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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