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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작가들의 리얼한 상상력으로 펼쳐지는 “크로스오버 SF” 
아태이론물리센터(ATCPT) 웹진 「크로스로드」의 다섯 번째 SF 컬렉션

SF 평론가 고장원을 비롯, 장르를 넘나들며 활동하는 독창적인 작가 9인의 단편집
로맨스, 역사소설, 판타지, 추리소설 등 다양한 장르와 SF의 결합
기존 장르문학 독자뿐 아니라 일반 독자들에게도 어필할만한 완성도 높은 작품들


한국 창작 SF의 도전과 실험, 성과의 장으로 알려진 웹진 「크로스로드」의 다섯 번째 SF 컬렉션『연애소설 읽는 로봇』이 출간됐다. 『얼터너티브 드림』, 『목격담, UFO는 어디서 오는가』에 이은 이번 컬렉션은 SF 평론가로 이름난 고장원을 필두로 백상준, 황태환, 김몽을 비롯해 장르소설계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작가 9인의 중단편작품을 엮었다. 이들은 「크로스로드」뿐 아니라 장르문학 웹진 「거울」과 「이매진」, 네이버 ‘오늘의 문학’, 드라마 및 영화, 게임 시나리오 분야에서도 활동하며 한국 SF의 가능성과 실험정신을 보여주고 있다. 

표제작 「연애소설 읽는 로봇」을 비롯한 아홉 편의 작품들은 인류종말, 대재앙, 디스토피아, 시간여행, 인공지능, 외계인과의 조우 및 침공까지 다양한 소재를 다루고 있다. 이 작품들은 전형적인 SF의 공식을 따르면서도 우리가 발 딛고 살아가는 한국사회를 직간접적으로 다룬다. 단지 배경이 한국이라서가 아니라, 작품의 현실을 규정하는 등장인물들의 사고방식이나 문화적 코드에서 한국적 특성이 짙게 나타나는 것이다. SF 특유의 자유로운 상상력으로 사회·문화·역사적 인식을 드러내며 우리사회를 ‘SF’라는 스토리텔링 방식을 통해 여실히 담아내고 있다. 
다양한 소재와 이야기를 선보인 아홉 편의 작품들은 기존 SF 독자뿐 아니라, 일반 독자들에게도 충분히 어필할만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작품 내용뿐 아니라 형식적으로도 SF에 로맨스, 역사소설, 판타지, 추리소설 등 서로 다른 장르가 결합해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표제작 「연애소설 읽는 로봇」은 인공지능 로봇의 사랑과 이별을 다룬 본격 SF 로맨스다. 「바이센테니얼 맨」, 「에이 아이 AI」 등의 영화에서도 종종 감정을 느끼는 로봇을 등장시켜 인간과 로봇의 교감을 그린 바 있다. 나아가 「연애소설 읽는 로봇」속 도서관 사서 로봇 윤지수는 인간과 똑같은 겉모습뿐 아니라, 전자책 시대에 문고판 연애소설을 탐독하는 취향까지,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로봇의 모습을 보여준다. 짧지만 행복했던 연애의 기억만을 저장하고, 아픈 이별의 기억은 지우려는 로봇의 행동에서 우리 자신의 모습도 발견할 수 있다. 책을 통해 인류의 기록을 보존하는 ‘도서관’과, 인간의 기억과 감정을 영원히 데이터로 저장하고 공유하려는 로봇의 모습이 겹쳐지면서 여운이 길게 남는 작품이다.

그 밖에도 시간여행을 통해 고구려 시대 유리왕과 사랑에 빠진 역사학자의 이야기를 다룬 SF 역사소설 「왕의 노래」, 지구인의 몸을 통해 태어난 쌍둥이 외계인, 외계인과의 결혼을 다룬 유머러스한 작품 「장군은 울지 않는다」와 「플레그매틱 프렌드」, 꿈을 통해 타인의 몸을 지배하는 기발한 소재를 액션 영화처럼 속도감 있게 풀어낸 「경계」 등은 장르 문학적 재미뿐 아니라 한 편의 이야기로서 작품성과 완성도도 갖추고 있어, 한국 창작 SF의 발전을 가늠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