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YO.jpg  안녕하세요. SF&판타지 도서관 관장 표도기(전홍식)입니다.

  오늘은 내일 행사를 앞두고 준비를 위해 찾아왔습니다.

  사실 어제도 왔지만, 어제는 이것저것 -홀로- 할 일이 많았고, 오늘은 다른 분들이 오시기 전까지 잠시 짬이 나서 접속하게 되었네요.

  생각해 보니 벌써 도서관을 오픈한지 반년이 되어 갑니다. 그 동안 도서관은 적지만 꾸준하게 변화해 왔지요. 공간 자체는 그대로 일지 모르지만, 그 내면은 많이 바뀌었으니까요.

  아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이곳 도서관은 평일에는 이틀 밖에 운영하지 않습니다. 그것도 5시부터 10시. 조금 불합리하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군요.
(실제로 평일 낮이 더 좋다는 분들도 간혹 계십니다.)

  하지만, 도서관이 자발적인 참여로 이루어지는 자원 봉사자들에 의해 운영되는 만큼, 그리고 아직까지 변변한 재정없이 제 개인 출자에 의해 운영되는 상황에서 어떻게 할 방법이 없습니다. 사실, 도서관에 찾아주시는 분들의 입장료로는 지난달 전기료를 내기에도 빠듯하니까요. 매달 방값에 자원봉사자들의 식비 등을 생각하면 아무래도 부족합니다.

  그렇지만 마냥 이렇게 운영할 수 밖에는 없겠지요. 다행히도 정기회원 분들이(기대만큼은 아니지만 조금씩 늘어나고 있으며) 미래경을 구입해 주시는 분들, 그리고 조금씩이나마 새로 찾아주시는 분들이 있기에 도서관은 계속 운영되고 있습니다. (처음 개장할 때 '꾸준히 하는게 중요하다'라고 이야기했고, 앞으로도 그러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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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도서관...? 아무도 없어 보이겠지만, 실은 책을 고르는 중이랍니다.^^ ]

  언젠가는 도서관의 재정도 안정되어 하루도 빠짐없이 운영하기를 바랄 뿐이지요. 아침부터 밤까지...
  하지만, 운영 시간을 제외하면 도서관은 나름대로 정리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깨끗하고 조용하지요. 게다가 책이 가득합니다. (가볍게 볼 수 있는 만화책에서부터 참고 서적, 잡지 등에 이르기까지...)
  초기의 불편했던 자리도 의자를 모두 바꾸어 편안한 자리를 제공하지요.

  아직 덥지만, 기온을 살펴보아 날이 더울 때는 에어콘으로 열기를 식혀줍니다. (사실 이 곳은 그다지 덥지 않습니다. 때로는 너무 춥다고 하실 정도거든요 -> 물론 추운 분들을 위해 무릎 담요도 있지요.^^)

  패드 방식의 커피는 맛있고 -다양한 브랜드의 커피에 카라멜 마키아또, 카푸치노 등 여러가지를 제공하는데 물론 아이스 커피도 있습니다.- 저렴하죠. 메뉴에는 "방금 뽑은 진한 커피를 편의점 가격으로 저렴하게..."라고 되어 있는데 결코 거짓이 아닙니다.^^

  책을 보시기에는 매우 이상적인 환경이라고 보셔도 좋습니다. 초기의 바램대로 '누워서 보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편안한 자세로 편하게 보실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

  우리나라의 그 어떤 SF, 또는 판타지 독자들도 다 보지 못한 정도로 장르 책이 많습니다. (네... 지금은 저도 못 본게 많습니다. 물론, 특정 분야-가령 일부 작가 작품 등-로 한정하면 아직 빠진 책이 조금 있지만, 반년 전에 비해 훨씬 많은 작품이 자리를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책장의 숫자도 반년 전에 비해 50% 정도 늘어났고, 책의 수량은 20% 이상 증가... (결과적으로 책장이 빈 자리가 많이 늘어나긴 했군요.^^) 언제 가 봐도 별 차이가 없는 다른 시설들과 비교할 수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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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것이 오늘의 도서관... 책장이 늘어나 훨씬 풍족해졌지요. 중간에 빈 자리가 보이지만 빈 자리가 없으면 안 된답니다. ]

  자... 문제는 방문객입니다. 반년이 지난 지금, 방문해 주시는 분들의 숫자는 초기와 별 차이가 없습니다. 토요일은 이따금 가득차기도 하지만 대개는 여유롭지요. 토요일 방문객이 고작 20명이 되지 않으니...emoticon

  하지만, 꾸준히 하면... 그리고 열심히 홍보하면 조금 더 나아지리라 생각합니다. '이제야 알았다.'면서 오시는 분들도 계시니까요.

  자... 그렇게 도서관은 오늘도 계속 돌아갑니다. 다만, 내일 9월 5일(토)은 성동구 소월 회관에서 행사가 있습니다. 다양한 도서 전시회가 마련되어 있으니 많이 찾아주세요.


추신) 이 달에는 행사가 두 개가 되겠네요. 이달 말에 <절망의 구>를 쓰신 작가 김이환 님을 모시고 이것 저것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추신) 꾸준한 인생의 이야기... 이번에 켄 그림우드의 <다시 한 번 리플레이>를 보았습니다. 노블마인에서 나온 작품으로 어째서인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1988년의 어느날 죽고 젊은 시절부터 다시 인생을 시작하는 사람의 이야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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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득 영화 <사랑의 블랙홀(The Groundhog Day)>이 떠오르면서도 그와는 다른 독특하고 깊이있는 재미가 흥미를 끄는 작품이었지요. (얼마나 열심히 보았는지 내려야 할 역을 몇 번이고 착각하면서 헤매기도 했답니다. 서울역에서 3정류장 떨어진 종로 3가로 가는데 지하철을 4번 내렸다 타야 했으니까요.)
  '지금 기억 그대로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누구나 한 번 쯤은 했을 법한 이 생각... 하지만, 그것이 '인생을 다시 한번'이 아니라 결국 몇 번이고 되풀이되는 일이라면...
  기억을 바탕으로 막대한 돈을 벌고 아이들을 낳아 기르기도 했지만, 그것이 모두 무산되고 다시 한번 처음부터...

  왠지 나폴레옹에 대한 농담(나폴레옹이 부하들을 이끌고 열심히 산을 올라갔는데 "여기가 아닌걔벼?"라고 해서 다른 쪽으로 갔더니 "아까 거기가 맞네."라고 했더라는...)이 떠오르면서도 인생이 무엇인지, 한 순간, 한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게 하는 작품이었지요.

  그런 점에서 우리의 인생은 행복할지도 모릅니다. 열심히 노력하면 무언가 결과는 남으니까요.(설사 그것이 실패라 하더라도...)

  SF&판타지 도서관이 영원할지 아닐지는 모릅니다. 하지만, 지금 이순간 도서관을 찾아서 즐거움을 얻으신 분들이 계시다면 그리고 이를 통해 무언가 얻은 이들이 있다면 그것으로 좋은 것이 아닐지 생각해 봅니다. 다만... 도서관이 영원하다는 법은 없으니 꼭 찾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