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감상이라면 조용하고 어두운 공간에서 가만히 앉아서 화면만을 주시하는 것을 생각하기 쉽지만, 때로는 소파에 드러누워 잡담을 나누며 즐길 수도 있습니다. 특히나 즐거운 영화, 다소 바보같은 영화라면 더더욱 그런 자리가 어울리겠지요.

  하지만, 그런 자리는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비디오방을 가기도 그렇고, 영화를 볼 수 있는 카페 같은 곳은 워낙 비싼 가격에 엄두가 안나지요. (자리도 별로 없습니다만...)


  그래서, 우리가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서울 사당역 근처의 SF&판타지 도서관에서는 11월, 매주 금요일 밤 8시부터 "금요일 밤의 영화 마시기" 행사를 진행합니다.

  열람실에서 열리는 이 행사는 카페와 같이 편안한 자리에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영화/애니를 즐기는 행사'로, 상영회와는 달리 테이블에 앉아 영화를 감상하는 자리입니다. 영화를 보면서 진행하는 외부 모임이라고 해도 좋겠군요. 물론 음료수를 마시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어도 좋습니다. 영화가 시작하기 전, 그리고 끝난 후에도 부담없이 영화 얘기를 할 수 있겠지요.

  여럿이 함께 영화를 보며 맘껏 웃으며 부담없이 '영화를 씹어마시는 자리'.
  매주 금요일 밤, SF&판타지 도서관에서 그런 자리를 즐겨보세요.


  첫 영화는 <브라질>, <12몽키즈>로 잘 알려진 테리 길리엄 감독의 작품 "몬티 파이톤과 성배(Monty Python and the Holy Grail)"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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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리 길리엄 감독이 속했던 영국의 코미디언 그룹, 몬티 파이톤의 이 작품은, 유명한 아더왕과 원탁의 기사 이야기를 유쾌하게 패러디하고 신랄하게 씹어대는 작품입니다.
  말(馬)이  없어 코코넛 열매(그건 도대체 어디서 가져온겨?)를 두드리며 말 소리를 내며 돌아다니는 기사들이 성배를 찾겠다며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벌이는 소동을 그린, 블랙 유머와 황당한 연출로 가득한 그야말로 '산으로 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한편으로 서양의 수많은 코미디, 패러디 작품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도 알려져 있지요.

  머리를 비우고 편한 마음이 아니라면 결코 즐길 수 없는, 그런 작품이라고 할까요?
  그런 만큼 이런 자리에 딱 어울리는 작품이겠네요.


  오는 금요일 밤, SF&판타지 도서관에서 영화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나누어 보세요.


일시 : 2009년 11월 06일 (금요일) 밤 8시~10시
(도서관은 이전에도 개장하며 7시 이후 영화 마시기 카페로 변신(?)합니다.)
참가비 : 2,000원 (도서관 입관료, 간이 음료 1잔은 무료입니다.)
문의 : SF&판타지 도서관 홈페이지

  다음 주에는 역시 테리 길리엄 감독의 작품 <바론의 모험>을 소개할 예정입니다. 그 다음 주에는?
  글쎄요. 뭔가 보고 싶은 거 있나요? 뭐든 얘기해 보세요.^^


추신) 금요일밤의 영화 마시기는  '함께 영화를 보고 싶지만 마땅한 장소가 없다.'라는 분들을 위해 열려있는 자리입니다. SF나 판타지 등 장르 작품을 좋아하는 팬 모임, 또는 단편 영화 제작자 등 누구나 "틀고 싶은 작품"을 추천하고 '모임'을 가질 수 있습니다.
(아는 사람끼리만 모이고 싶다면, 금요일 이외의 날짜에도 진행은 할 수 있으니 사전에 문의해 주세요.)

추신) 이 작품은 Joy SF 클럽의 회원이자, <기시감>의 작가인 석아찬님께서 추천해 주셨습니다. 추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