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소개/추천
책 만이 아니라, 영화, 애니메이션, 만화, 소설 등 장르 작품을 소개하고, 추천하는 게시판입니다.
여러분이 보신 작품 중에서 좋은 작품을 소개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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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수 65
장르 | SF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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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감독 | 레너드 위벌리 |
나라 | 미국 |
번역자 | 박중서 |
전체 면적이 40 제곱 km(40만의 오자가 아님...) 인구 6000명... 주요 산업 농업. 특히 와인 제조에 뛰어나서 전세계적으로 최고급 와인으로 평가되고 있음. 일년 생산량은 5000병을 넘지 않음...
여기에, 아직도 14세기식 미늘 갑옷과 창, 장궁을 사용하고 있는 공국, 그렌드 펜윅이 미국을 상대로 선전포고했다!
이유는 미국의 어떤 회사가 그랜드 펜윅 와인의 모조품을 만들어 그들의 산업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으며, 자칭 "약소국을 보호한다"는 미국이 그랜드 펜윅의 연이은 항의를 완전히 무시했기 때문...
그 이면에는 "미국과 전쟁을 해서 패한 나라는 불쌍한 나라로 대접받기 때문에 수많은 지원을 받게 될 것이라는 기대"가 숨겨져 있었다.
그렇지만, 그들이 공식적으로 보낸 선전포고문은 '기자들의 장난'이라고 치부되어 담당자의 주머니 속에 들어 있다가 카누를 타던 중 물에 빠지는 바람에 잊혀져 버리고 말았고, 결국 그들은 범선을 타고 미국으로 향한다는 대담한 계획을 세우고 만다.
그리고 뉴욕에 도착한 그들 앞에 펼쳐진 것은 다름 아닌, 적군은 고사하고 사람 한 명 보이지 않는 썰렁한 거리... 고양이 울음 소리가 평소보다 훨씬 음산하게 느껴지는 그런 조용한 거리였던 것이다.
과연 뉴욕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리고 그랜드 펜윅과 미국이 벌이는 전쟁의 향방은?
약소국 그랜드 펜윅의 뉴욕 침공기(The Mouse That Roared - 생쥐의 포효)...
'정치 풍자 소설'이라고 이야기되는 유쾌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라는게 바로, "약소국 그랜드 펜윅의 뉴욕 침공기"라는 제목으로 나온 책의 내용입니다.
1955년 출간된 이 작품은 마치 20세기의 “걸리버 여행기”를 보는 듯한 독특한 상상력으로 가득 찬 작품이지요.
한편으로 개그라고 생각하고, 또 한 편으로 반미주의에 입각해서 “그랜드 펜윅 잘한다! 멋지다! 왜 우리는 이렇게 못하냐?”라고 이야기하고 끝낼 수도 있지만, 이 작품이 담고 있는 당시… 그리고 현실에 대한 세태를 생각하면 단순히 웃고 넘어가기에는 꽤 진지한 이야기라고 느끼게 됩니다. (흔히 동화로 생각하는 “걸리버 여행기” 역시 당시대 삶을 멋지게 그리고 신랄하게 풍자한 작품이었지요.)
인구가 6000명 밖에 안 되는 작은 나라에서 당파가 갈려서 대결을 벌이고, ‘약소국의 친구’라는 미국에서는 “모조품을 만들지 말라”는 항의문이 모조품 회사의 광고로 쓰이고, 소련은 심심하면 프롤레타리아를 내세우며 야단 법석. 방공 훈련은 실제로 핵전쟁이 일어난다는 두려움에 전혀 근거 없는 -방사능을 막아준다는 소문이 도는- 살라미 소시지가 동이 나고 역시 -알코올이 방사능을 막아준다는 소문에- 술에 취해 “음주 안전”을 외치고, 미치광이(?) 과학자는 소련이 먼저 개발할지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 지구를 확실하게 멸망시킬 수 있는 Q 폭탄을 개발하여 자랑스럽게 선보입니다. (더욱 압권은 그 Q 폭탄의 부품 중엔 머리핀으로 만든 스프링이 들어 있는데다, 뉴욕을 침공한 그랜드 펜윅의 대원들은 폭탄을 부수기 직전까지 간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어찌 생각하면 황당 무개하고 우스운 상황들은 ‘우연’이라는 요소로 인해서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한편으로 상쾌한 웃음과 함께 공포를 가져오기도 합니다. 그 모든 이야기가 Q 폭탄이라는 무시무시한 병기로 인해서 해결되어 버린다는 점에서 말이지요.
기상 이변이라는 자연 재해의 위협이 더욱 더 절실하게 다가오는 지금, 핵 전쟁의 위기는 많이 물러났다고 하지만 지금도 핵은 우리 인류를(적어도 우리 나라를) 확실하게 절멸시킬 수 있는 공포 중 하나라는 것은 말할 필요가 없을 겁니다. 그런 면에서 이 작품은 꽤 무시무시한 이야기지요…
만일, 그랜프 펜윅의 침공군을 테러범으로 바꾸고, 순진한 그랜드 펜윅의 국민들을 무언가에 빠져 버린 테러 집단(옴 진리교건, 알 카에다건…)이라고 생각해 보세요. 그렇다면, 이제까지 유쾌한 유머로 읽었던 이야기는 단번에 테크노 스릴러로... “톰 클랜시”의 “공포의 총합(The Sum of All Fears)”으로 돌변해 버릴 것입니다.
이렇게 돌려 생각하면 무시무시하기 이를 데 없는 이야기… 하지만, 그랜드 펜윅의 국민들은 순진 무구하기 이를 데 없고, 등장하는 인물들은 “스트레인지 러브” 박사처럼 유쾌합니다.(심지어 미국의 대통령마저도 관대하고 온건한 인물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이 작품을 즐겁게 읽을 수 있습니다. 세상이 어떤 위기 속으로 전진해가더라도 결국 이야기는 즐거운 분위기 속에 끝나고 세상은 평화롭고도 다채로운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으니까요. (그만큼, 시간 때우기로도 좋고, 읽고 난 후에 여러가지로 돌려 생각하기에도 좋은... 그런 재미있는 ‘상상력으로 가득한 작품’이 되겠네요.)
하지만, 그 즐거운 상상 이면에는 항상 '테크노 스릴러'가 숨어 있다는 것을 떠올리는게 어떨까 합니다. 결국 상상이란 선과 악 양쪽으로 작용할 수 있는 법이니까요.
추신) 그랜드펜윅 시리즈는 이 밖에도 총 3권이 더 나왔습니다. 그랜드 펜윅은 월스트리트를 가지고 노는가 하면, 석유 시장을 휘젓고, 달 세계를 정복하기도 하죠. 자세한 건 각각의 책을 보시길...^^
추신) 세계의 평화가 유지되는 것은 ‘약소국 그랜드 펜윅 덕분’이라는 설정이 아이러니하지만, 극 중에 이야기되는 ‘약소국’에 이스라엘이 들어가 있다는 것도 –당시는 모르겠지만,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묘한 일이지요.
추신) 방공 훈련으로 뉴욕 시민이 전부 대피하고 화성인이 나타났다는 소문에 벌벌 떠는 것을 우습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그 작품이 나오기 불과 20여년 전(1938년) 오손 웰즈라는 사람의 방송(“우주전쟁”) 하나가 미국을 발칵 뒤집어 놓은 것을 생각하면 결코 불가능한 일 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되지요.
추신) 이 작품은 사실 책보다도, "닥터 스트레인지 러브", "핑크 팬더" 등에서 유쾌한 재미를 선보인 피터 셀러 주연의 영화로 더 유명할지도 모르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