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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테러 이후 격화일로를 치달은 '테러와의 전쟁'은 보스니아의 수도, 사라예보가 개인이 만든 핵폭탄 때문에 소멸된 이후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선진국들은 개인정보인증을 이용, 엄격한 관리체제를 구축하여 사회에서 테러를 모조리 쓸어버리지만, 후진국에서는 내전이나 인종청소가 무서운 속도로 증가하고 있었다.
그러한 일련의 사건 배후에 항상 언급되는 미국인 존 폴. 미정보군 특수검색군 i소대의 클라비스 셰퍼드 대위는 체코, 인도, 아프리카 땅에서 그 그림자를 쫓지만... 과연 존 폴의 목적은? 그리고 대량학살을 일으키는 '학살기관'이라는 것은?

고마츠 사쿄 상 최종후보작, 근미래 군사첩보 SF.


표도기님의 리뷰(http://www.sflib.com/10861)를 보고 재미있을 것 같아 구입해 읽게 되었습니다. 과연 [메탈기어 솔리드]의 코지마 히데오가 극찬한 작가답게 멋진 작품이었어요. SF나 밀리터리를 좋아하는 편이라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

책 뒷면의 소개대로 근미래 군사첩보 SF로 분류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생각보다 SF 색채가 많아서 의외였고 또 만족스러웠고요. 몸에 이식한 칩이나 생체정보를 이용한 개인인증, 망막 디스플레이를 이용한 증강현실, 인공근육, 광학미채, 전두엽 국소마취와 카운슬링을 통한 전투적응 감정조정과 통각 마취 등 굉장히 현실적인 근미래 과학기술들이 등장합니다.(개인적으론 작품에서 거울 뉴런 등 최신 뇌과학 연구를 인용해서 무척 놀라웠습니다. 작가가 자료 조사를 정말 많이 한 듯.) 또한 그런 기술들이 인간성을 어떻게 위협하고 소외시키는가 라는 면은 사이버펑크 장르와도 맞닿아있고요. 그만큼 현대 과학기술이 옛 사이버펑크 소설을 따라잡은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군사첩보소설로서도 훌륭합니다. 국내의 전쟁소설이나 톰 클랜시 등 테크노스릴러 풍의 작품과 달리, 각종 군사장비 등 하드웨어 묘사에 치중하기보다 심리적인 묘사가 훨씬 두드러집니다. 일견 철학적이라 할 정도로요. 뿐만 아니라 현재 계속되는 저강도 국제 분쟁 현상에 대해 깊이 파고들고 있어, 사실적이면서 심리적으로 '불편한' 작품입니다. 작품의 핵심 모티브도 이러한 세계 각지에 계속되는 분쟁과 테러에서 시작하고 있고요.

간만에 이렇게 무거우면서도 재미있는 작품을 봐서 즐거웠습니다. [전투요정 유키카제] 이상으로 진지하고 더욱 현실적인 작품이었니다. SF나 밀리터리 팬이라면 꼭 읽어보시라 권하고 싶네요.

p.s.: 번역이 부실하다고 해서 걱정이었는데, 그간 저질 번역에 익숙해진(...) 몸이라 그런지 큰 불편 없이 읽을만 했습니다. 군데군데 비문이나 (아마도) NSA가 NASA로 번역된 듯한 구석은 있었지만...